선진국의 방송심의제도는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자율 심의에 맡긴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기관이 규제하더라도 외설 음란물 등 청소년에 유해한 방송물에 국한된다.
일본의 방송 심의제도는 방송사 개별 자율심의로 이뤄진다. 방송법에 명시된 각 방송사의 방송프로그램심의회가 역할을 맡는다.
필요할 경우 NHK와 민간방송연맹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BPO)라는 제3의 민간기관에 의뢰하기도 한다. 자율기구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게 보통이다. 행정기관을 통해 개별 방송 프로그램을 제재하는 제도는 없다.
미국은 음란 외설적 내용을 빼고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방송을 심의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율 심의가 원칙이다. 전미방송협회(NAB)가 윤리강령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이에 따라 개별 방송사들이 자율로 판단하는 식이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외설 음란물을 단속할 수 있다. FCC가 특정 프로그램을 음란 외설물로 판정하면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인 ‘청소년보호시간대’에 방송할 수 없다. 해당 방송사에는 벌금이나 경고를 내릴 수 있다. 위반이 반복되면 방송사의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독일 역시 자율 심의 원칙이 기본이다. 공영방송인 ZDF와 ARD는 자체 방송평의회에서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심의한다. 민영방송은 각 주 정부의 미디어평의회가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의 초점은 인종적 편견을 부추기거나 청소년에 해가 되는 내용에 맞춰진다. 내부 기구에서 논란이 되면 자율기관인 TV자율통제기구(FSF)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선진국 방송심의제도의 기본 정신은 각기 법으로 규정된 ‘표현의 자유’ 보호다. 일본과 독일은 과거 군국주의와 나치즘 아래 언론 자유가 심각히 침해됐던 경험이 있어 더욱 엄격하다. 일본은 헌법 21조에 표현의 자유를, 방송법 3조에도 방송프로그램 편집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독일도 연방헌법 5조에서 표현의 자유, 정보를 접할 권리,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언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방송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