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사에 종교는 껄끄러운 존재다. 다루기도 쉽지 않고, 다룬다고 해도 거센 항의를 받기 십상이다. 종교계는 법적 절차인 ‘정정보도 청구’가 아닌 물리력 행사에 나서고 언론사는 어느 순간부터 종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언론의 종교 비판도 위축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언론과 종교의 갈등 먼저 종교계의 언론 압박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정당한 절차가 아닌 물리력 행사로 사건을 해결하려 든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SBS 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의 반론보도를 실어주지 않는다며 SBS 사옥 앞에서 수만 명이 참가해 항의집회를 한 것이 대표적.
결국 이 문제는 SBS가 한기총의 반론을 방영하는 것으로 일단락됐고 또 한번 종교계의 물리력 행사가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PD연합회 등은 한기총의 이런 대응에 대해 “물리적으로 압박을 하거나 공공연한 협박으로 방송을 중단시키려 하는 것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10월엔 조선일보가 불교계로부터 곤욕을 치렀다. 조계종이 ‘신정아 사건’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불교계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을 전개한 것.
조계종 총무원은 구독거부 운동 이유로 △신정아 학력위조, 종단과 연관시켜 근거없는 권력형 비리로 의혹제기 △“부정한 돈을 지급받은 사찰, 신정아에게 사례비 주었다”고 허위사실 유포 △“월정사 문화재보수비, 신정아와 관련된 것”이라고 허위왜곡 보도 등을 주장했다. 결국 조선은 정정보도가 아닌 방상훈 사장의 사과방문으로 사건을 일단락시켰다.
지난 2005년 8월에는 월간중앙이 ‘조계종단 4대 의혹’ 등의 기사로 갈등을 빚었다. 월간중앙 불교폄훼 규탄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스님, 신도 등 2백여 명은 중앙일보 사옥 앞에서 “중앙일보 대표는 월간중앙 경영진을 즉각 파면할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면담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중앙일보에 진입하려다 이를 저지하는 전경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결국 월간중앙은 “‘조계종의 4대 의혹을 캔다’는 제목으로 조계종단의 의혹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벗어나 본의 아니게 총무원장 스님의 명예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서도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 1월에는 한기총이 MBC 뉴스 후의 ‘종교계 재정 투명화’와 관련한 보도에 대해 ‘보도를 중단하라’는 신문광고를 실었다.
이밖에도 지난 1월 JMS의 동아일보 사옥 난입, 조선일보·연합뉴스 항의방문 등 종교계의 언론보도에 대한 반응은 격한 편이다. 보도가 이해관계와 맞지 않을 경우,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력을 동원하는 경우가 잦다. 언론, 종교 눈치보기 이런 점 외에도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하거나 눈치를 보고있는 언론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판적이던 언론사가 갑자기 특정 종교가 등장하면 몸을 사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조선 중앙 등 보수신문들은 최근 종교계의 촛불집회 참여와 관련 종교집단에 따라 태도를 달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는 비판적, 불교 조계종에는 우호적이었다는 것.
실제 조선은 지난 2일 4면 ‘궁지 몰린 시위대, 종교계에 “SOS”’라는 기사에서 “사제단은 시국미사에서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했다”며 “민주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것은 종교단체 활동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조계종의 법회에 대해서는 태도를 달리했다. 이날 조계종은 ‘폭력진압 종교 편향 어청수를 파면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러나 조선은 4일 ‘불교계 화났다’는 기사에서 조선은 조계종의 주장을 충실하게 담았다. 나아가 사설 ‘종교간 평화는 한번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다’에서 이명박 정부의 불교계 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앙도 지난 2일 시론 ‘거리로 나선 성직자’에서 “이날 미사는 감동보다 훨씬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촛불은 이미 정치로 변질됐다”고 비판했지만 4일 ‘’MB 정부엔 교회밖에 없나’’ ‘20개 불교단체 ‘종교 코드정치 중단’ 요구’ ‘전국 사찰에 ‘종교편향 종식’ 플래카드 내건다’ 등 2개면을 할애했다. 5일자 불교계의 촛불 법회는 다루지 않았다.
국민일보의 경우도 특정 종교단체를 대변해 비판을 받았다. SBS 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과 관련해 한기총의 주장만 편향적으로 실은 것.
국민은 미션면 머리에 “한기총 ‘기독교 모독’ 법적대응 검토”를 실었으며, 김성영 한국복음주의 신학회장의 특별기고 ‘불순한 제작의도를 규탄한다’를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