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토록 돼있는 방송법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KBS노조도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을 위한 ‘국민참여형사장선출제도’를 제안해 관련 논의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운동본부(위원장 천정배 의원)가 지난달 현직 기자와 언론학자 3백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8.0%가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하도록 한 현 방송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선진국에서는 총리나 정부에 공영방송 사장 임명 권한이 없다. 영국의 BBC는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4개 지역별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BBC 트러스트에서, 일본 NHK는 경영위원회에서 사장을 뽑는다. 독일의 ZDF도 ZDF방송위원회에서 사장을 선출한다.
한나라당 박형준 전 의원이 17대 국회 때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은 KBS 경영위원회를 구성, 사장을 선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에 어떻게 국민적 대표성을 보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국회 의석 분포에 따른 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선문대 김진웅 교수(언론정보학부)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1980년대 정권 편의로 만들어진 뒤 실질적으로 국영의 틀이 청산되지 않은 상태”라며 “최근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는 만큼, 대통령을 KBS 사장 임명 과정에서 배제하고 이사회도 국민의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재편하는 등 진정한 공영방송 체제를 갖추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노조도 정치 독립적 사장 선출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KBS노조는 3일 서울 목동방송회관에서 공공미디어연구소와 함께 연 ‘공영방송의 미래와 KBS의 정치적 독립’ 토론회에서 ‘국민참여형 사장선출제’ 시안을 공개했다.
이 안에 따르면 국민대표, 사원대표, 이사회 대표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검증 TV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복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KBS 노조 측은 5일 특보에서 “이사회 내에 사추위를 구성, 사추위원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복수 추천된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국민 참여를 늘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이사회가 수용할 지가 문제다. 어떻게 강제력을 가질 것인가도 관건이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토록 한 현 방송법 틀 안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KBS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방송법이나 이사회 정관을 개정해 국민참여형사장선출제를 제도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가 의지만 갖는다면 일단 실행 가능해 계속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S 이사회 유재천 이사장은 “노조가 자체 선출제도안을 이사회에 설명하겠다고 제안해와 운영위원회에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내부 구성원들이 사장선출제도에 대해 많은 의견을 밝힐 것이며 노조의 움직임도 그런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