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필요에 따라, 하고 싶은 얘기, 일부 언론에만"

청와대發 기사 왜 문제인가

김성후 기자  2008.07.09 14:22:44

기사프린트


   
 
  /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동관 대변인 / 지난 달 19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미 쇠고기 수입 및 정국 쇄신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 특별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례브리핑 없어 대변인에만 의존
정보 편중에 인터넷 매체 등 박탈감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은 대개 자물쇠가 굳건히 채워져 있다. 대통령 기자회견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3월 이곳에서 매일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약속은 다음날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신 비공식 브리핑이 성행한다. 이른바 ‘게릴라 브리핑’이다. 이 대변인이 예고 없이 수시로 나타나 이런저런 얘기를 풀어놓고 간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여정부가 춘추관에서 매일 오후 2시30분 정례브리핑을 실시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은 가뜩이나 이 대변인에 대한 정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자들의 취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중앙일간지 소속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이동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가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청와대 취재환경은 엉망이다. 100점 만점에 10점도 주고 싶지 않다. 청와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기자와 청와대간 쌍방 소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걸핏하면 엠바고 요청”

6일 오후 청와대 기자실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이날 오후 춘추관에 들러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확대 정상회의에 대해 사전 브리핑을 마친 뒤였다. 김은혜 부대변인 등은 정상회의에 앞서 회담의제가 나가면 안 되는 만큼 보도유예(엠바고)를 걸겠다고 하자 기자들이 헷갈린다며 명확하게 해달라고 항의한 것. 그러자 청와대는 김 수석의 브리핑에 대한 엠바고 내용을 담은 A4용지 한 장짜리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일괄 배포했다.

외교문제는 국익과 관계된 만큼 엠바고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청와대가 국익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내용에 대해 무분별하게 엠바고와 비보도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먼저 언급한 사실에 대한 이 대변인의 엠바고 요청, 도쿄 간담회에서 오바마와 힐러리를 언급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김은혜 부대변인의 비보도 요청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방일간지 소속 한 출입기자는 “엠바고와 비보도 요청이 현 정부 들어 너무 잦다. 실컷 설명해놓고 뒤늦게 엠바고라고 한다. 그럴거면 뭐하러 브리핑하나”며 불만을 터뜨렸다.

기자실 운영위 독단결정 도마위

기자실 운영위원회가 청와대의 엠바고 요청을 쉽게 수용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해당 언론사에 대한 징계를 하고 있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운영위원회가 전체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주요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지 소속 한 출입기자는 “운영위가 기자실 출입정지 등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1개월 출입정지’를 당했던 코리아타임스 김연세 기자는 “기자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자실 운영위원회가 춘추관 출입기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하면 좋겠다. 최소한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만큼은 사전에 모든 출입기자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매체 기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엠바고가 설정되기도 한다. 중앙지, 방송사, 지방지, TV카메라, 사진기자 등 간사로 구성돼 있는 기자실 운영위원회에는 인터넷 매체 간사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지 출입기자단 간사는 “경호나 정상회담 등 보안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한 엠바고 요청은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진실을 규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엠바고 성립이 안 될뿐더러 그런 요청을 수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소수하고만 정보 공유”

중앙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노 정부 때 청와대 메인 서버 봉하마을에 통째로 가져갔다’를 보도한 7일 청와대 기자실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이 기사는 청와대 2진 기자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내용을 보도한 기사였다. 해당 기자의 취재 능력을 높이 사야 한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고위 관계자가 중앙에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다. 그동안 청와대 핵심정보들이 유력 언론사들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의 인수위원장 내정 사실을 단독 보도한 동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자들은 동아 보도가 사실로 입증되면서 인사 기사에 관해서는 동아의 정보력을 인정하게 됐다.

지방지 소속 청와대 출입기자는 “이동관 대변인이 소수 기자들하고 개별적인 정보 공유 채널을 열어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입기자는 “기자들의 취재 능력일 수도 있고, 보도내용을 입맛에 맞게 흘려주는 양면이 있지만 그 정보를 얻은 몇몇 언론사가 의제를 이끌고 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 타 언론사는 뒤쫓아 가기도 힘들다”고 했다. 물론 ‘유력 언론사에 고급정보가 가는 것은 매체 영향력 때문이다. 색안경을 끼고 볼 사안이 아니다’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보 빈익빈 부익부 심각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인터넷 매체, 지방지 등 소수 매체 기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열심히 취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청와대라는 영역의 특수성은 그런 취재 일반론을 넘어선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주기자로 등록한 한 출입기자는 “수석, 비서관들과 통화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입을 다물어 버리는데 기자가 무슨 수로 취재하나. 능력껏 문 따고 들어가 문건을 도둑질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다.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청와대 여민관(비서동) 개방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존 매체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청와대 기자실이 운영되고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각 언론사 청와대 2진 기자들이 ‘4기자실’에 상주하고 있다. 출입기자 등록규정에는 신문의 경우 취재기자 1인으로 제한돼 있으나 이런 규정이 무시되고 있는 것. 반면 신생지나 인터넷 언론의 풀기자단 가입은 원활하지 못하다. ‘기자실 출입 3개월 동안 출입률 90%’라는 규정을 충족해 운영위원회에 신청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기 일쑤라는 것이 풀단 신청을 했던 한 기자의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