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KBS, 1990년 4월 구도와 판박이?

'거대여당 출현-사장 압박·교체-방송구조 개편' 비슷

장우성 기자  2008.06.27 09:10:05

기사프린트


   
 
  ▲ 1990년 4월 당시 KBS 투쟁을 보도한 기자협회보의 지면.  
 
1990년 KBS ‘4월 투쟁’과 최근의 상황이 여러 가지로 비슷하다는 분석이 회자되고 있다.

18년 전 감사원의 KBS 감사 후 특근비 부당 지급 등의 지적을 받고 서영훈 사장이 물러났다. 서 사장은 1987년 이후 본격화된 ‘방송민주화 운동’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서 사장이 물러나자 당시 노태우 정부와 ‘코드’가 맞는다고 평가된 서기원 사장이 취임했다. 서기원 사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냈으며 1980년대 관영신문 성격이 짙었던 서울신문을 거쳤다.

서영훈 전 KBS 사장은 2003년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KBS 사장으로 부임한 초기 6개월은 사원들이 특근비도 없이 모두 합심해서 일했고 회사도 흑자가 났으니 연말에는 특근비를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직원들의 건의가 있었다. 이에 따라 노사협상을 거쳐 특근비 지급을 결정하고 이사회 결의를 거쳐 특근비 17억원을 지출했다”고 회고했다.

서 사장은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감사원의 감사를 세차례나 받은 후 특근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불한 3천만원을 회수하고 담당 국장 2명을 사퇴시키라는 지시가 있었다. 나는 사장 책임이라고 판단, 정부측에 사의를 표명하고 사표를 썼다”고 설명했다.

90년 당시 방송위원회 위원원장이었던 고 강원용 목사는 저서 ‘역사의 언덕’에 “서(영훈) 사장이 정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재정 감사를 실시해 꼬투리를 잡고 몰아낸 것”이라고 썼다.

정치적 배경은 87년 이후 민주화 바람에 부담을 느낀 이른바 ‘보수대연합’. 민주정의당, 통합민주당, 공화당이 통합한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의 등장이었다.

앞서 그해 2월 최병렬 당시 공보처장관은 연내 방송법 개정과 민영방송 도입을 뼈대로 한 대통령 업무보고를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장 교체 뒤 흐름도 주목된다는 평이다. 당시 KBS 노조가 서기원 사장 취임 반대 파업을 벌이자 경찰은 4월12일, 30일 두 차례 공권력을 투입해 5백여명의 조합원들을 연행했다. 이중 20여명이 구속됐다.

KBS가 5월18일 방송정상화에 들어가자 7월 국회에서는 방송관련 새 법안이 통과됐다. 민영방송 도입과 방송위원회, 한국방송광고공사, 교육방송 정부 통제 강화가 주 내용이었다.

KBS 노조 간부 출신의 한 직원은 “정부가 KBS 사장을 밀어내고 방송구조 개편을 추진했던 1990년과 최근 상황이 정말 흡사하다”며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