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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옥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KBS 故조종옥 기자 1주기

장우성 기자  2008.06.25 14: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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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조종옥 기자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 돈 많이 벌어다주는 아빠인가, 출세한 아빠인가. 그에 앞서 우리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새끼’를 지키는 ‘애비’가 될 수 있을까.

KBS 고 조종옥 기자의 부정(父情)이 세상을 울린 지 벌써 1년이 됐다. 한쪽 팔이 떨어지면서도 아들을 품에 안고 끝까지 놓지 않은 채 시신으로 돌아온 그였다.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한 납골당에 KBS 기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로 숨진 조 기자(당시 36세)와 부인 윤현숙씨(34세), 윤후(6세), 윤민(2세)이의 1주기 기일이었다. 조 기자의 하나 남은 혈육, 윤하도 아빠 엄마를 찾아왔다. 이제 세 살. 명랑하게 재잘대는 윤하는 아빠를 쏙 빼닮았다.

동료들은 윤하를 번쩍 들어 안았다. 이제는 안을 수도, 술잔을 기울일 수도, 기사를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일 수도 없는, 먼저 떠나버린 그 사람을 대하듯 말이다.

KBS 동료들의 말은 하나같았다. 기자로서 그가 “너무 아깝다”고 했다. 고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모든 것을 의지했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많은 후배들도 그러리라 생각해요.”

지난해 사고 뒤 추도사를 썼던 황진우 기자의 표정에는 지워질 수 없는 그림자가 있었다.

선배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기자로서 바쁘다는 이유로 한동안 그를 잊고 지냈던 나날이 서글프다고 했다. 조 기자의 마지막 출입처 1진 선배였던 이춘호 기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사고 몇 달 전 일부러 제가 같이 일하자고 권해 함께 정당 출입을 하게 됐었죠. 후배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고 포용력이 컸던 기자였습니다. 대선이다 총선이다 거치면서 바쁘단 핑계로 종옥이한테, 윤하에게 너무 소홀했던 거 같아 착잡합니다.”

조 기자의 사고 뒤 윤하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물론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다. 네티즌들은 아직도 조 기자의 주인이 떠난 블로그를 데우고 있다.

25일에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당시 희생자들의 합동 위령제가 열린다. 윤하도 아빠 엄마와 형제들을 만나러 간다. 부모가 만들어줬던 여권을 처음으로 쓴다.

위령제까지 따라갈 수 있는 동료들은 적다. 현장에서 그의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대신해야 할 것이다. 그게 기자의 숙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