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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호열 칼럼 강력비판

남측언론본부 성명 "지식의 참담한 모습 드러낸 것" … 유교수 "6·15 선언 용도 폐기" 주장

민왕기  2008.06.13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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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이하 남측언론본부)가 성명을 내고 12일 세계일보에 실린 유호열 고려대 교수의 통일논단 ‘6·15 선언과 남북의 현실’을 반박하고 나섰다.

유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햇볕정책의 공과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엄중하게 심판했다.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더 이상 견인할 수 없는 용도 폐기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남측언론본부는 유 교수의 주장을 반박·질타하는 성명을 내고 “유 교수의 주장대로 6·15 공동선언이 용도 폐기 되었다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까지 남북 간의 하늘과 땅, 바다 길이 열리고 교류협력이 성시를 이룬 것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또 “그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 즉 당국 간 관계가 냉각되었지만 민간 교류는 여전히 활발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 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남측언론본부는 “유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유세 당시 북한 퍼주기를 비판하면서 ‘비핵 개방 3000’ 정책을 제시해 당선되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대선 한 달여 전에 평양에서 열린 10·4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80% 전후의 국민이 지지했다는 것을 그는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자라면 사실 관계 파악을 철저히 해야 하고 그에 따른 평가를 내려야 한다. 6·15정상회담 당시의 특수상황에 대해 눈을 감는 그의 학자적 불성실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남측언론본부는 해당 칼럼을 실은 세계일보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남측언론본부는 “세계일보는 칼럼 하단에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라고 써놓아 논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그러나 필자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명서 전문이다.


/ 성명서 / 세계일보의 [통일논단, ‘6·15 선언’과 남북의 현실]을 비판한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다는 말이 있다. 큰 것을 놓치고 작은 것이 전부인양 인식하는 태도를 빗댄 말이다. 그러나 세계일보 12일치에 실린 [통일논단, ‘6·15 선언’과 남북의 현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은 숲도 나무도 보지 못하고 있는 지식인의 참담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논단의 필자인 유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임동원, 박지원씨 등 3인이 과거 햇볕정책의 성과를 부각시켜 자신들의 역할이 시대적 소명이었음을 강조하려 애쓰면서 동시에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햇볕정책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3인의 주장은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햇볕정책의 공과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엄중하게 심판했다.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더 이상 견인할 수 없는 용도 폐기된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유 교수의 주장대로 6.15공동선언이 용도폐기 되었다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까지 남북 간에 하늘과 땅, 바다 길이 열리고 교류협력이 성시를 이룬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또한 그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 즉 당국 간 관계가 냉각되었지만 민간 교류는 여전히 활발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모호하다.

유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유세 당시 북한 퍼주기를 비판하면서 ‘비핵 개방 3000’정책을 제시해 당선되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선 한 달여 전에 평양에서 열린 10.4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80% 전후의 국민이 지지했다는 것을 그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10.4선언은 6.15공동선언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자신의 공약이 주효한 것이었고 그가 내놓은 대북정책은 별로 주목받지도 못했다. 그의 대북정책이 너무 허술하고 구체적인 전략 전술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이 취임이후 언급한 대북정책의 뼈대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지만 6.15정상선언이나 10.4선언이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이라는 점이 만천하에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북측이 거부하고 있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도 그 정체가 모호한 상황이다.

유 교수가 특히 유의할 점은 이 대통령이 지난 현충일 기념사에서 지난 두 정부의 대북정책을 긍정 평가하는 등 종래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도 대북 식량지원을 먼저 제의하고 6.15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점을 살필 때 유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6.15공동선언은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더 이상 견인할 수 없는 용도 폐기된 정책”으로 매도할 수 없다.

6.15공동선언은 10.4선언을 이끌어 냈을 뿐 아니라 분단이후 반세기 이상 지속된 남북 대립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다음과 같은 역사적 성과를 이뤄냈다. 첫째, 통일의 자주적 해결이다. 6.15공동선언 합의문 제1항은 남과 북이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자고 밝혔다. 이것은 통일문제가 남북공동의 노력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사안임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연합-연방제 공통성을 인정했다. 남북은 장래의 통일 방안으로 “남측이 주장하는 연합제 안과 북측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원칙을 밝혔다. 즉 남측이 주장해온 국가연합-연방국가-통일국가의 3단계 통일방안의 첫 단계인 국가연합과 북측이 주장해온 ‘고려연방제’의 초기단계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합의한 것이다. 셋째,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의 물꼬를 텄다. 넷째, 경제협력 확대다. 남북은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교류 협력에 합의했다. 다섯째, 당국 간 경제, 군사 등의 여러 분야에 대한 대화의 계기가 되었다.

이상에서 그 의미를 살펴본 6.15공동선언으로 인해 성사된 유․무형의 성과는 실로 엄청나다. 우선 국제적으로 남북이 평화적으로 분단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의지와 그 능력이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그 성과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라는 값진 결실로 연결되었다. 더욱이 9․11 테러와 아프간 사태 등으로 전 세계가 평화 파괴의 불안감에 시달릴 때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많은 무형의 성과물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유 교수는 현대 측이 북측에 정상회담의 대가로 5억 달러를 송금한 것과 남북정상회담이 비선 접촉을 통해 이뤄진 것을 비판하면서 “정상회담이 불투명한 방식과 모호한 합의로 추진되었기에 6·15 공동선언의 역사성과 진실성을 햇볕론자들의 주장처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썼다. 유 교수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다. 학자라면 사실 관계 파악을 철저히 해야 하고 그에 따른 평가를 내려야 한다. 6.15정상회담 당시의 ‘특수상황’에 대해 눈을 감는 그의 학자적 불성실이 매우 아쉽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6.15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대북 송금과 관련한 특검이 실시되어 회담 전후에 대한 많은 사실 규명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하고 국민의 정부 관련 공직자들이 사법처리 되었다. 대법원은 2004년 3월 28일 불법대북송금 혐의 등에 대한 판결문에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대해 사법심사를 억제한다는 통치행위 개념을 인정한다고 해도 절차를 어기고 북에 4억5천만 달러를 송금한 행위 자체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즉 유 교수가 비판한 ‘비선접촉을 통한 회담 성사’에 대해서 대법원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점에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대법원이 대북 송금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6․15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한 간에 돈이 오갔다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그 같은 비판에 두 가지 점이 참작되어야 한다. 우선 국민의 정부 기간 내내 야당과 막강한 보수언론이 남북문제에 대해 지독한 냉전논리와 대결논리로 칼질했던 시대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남북 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이 투명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당시 시대상황이 공개리에 남북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북측과의 교섭과정을 공개하기는 힘들었다고 보여진다.

둘째, 남북정상회담 당시 언론의 북한현지 취재나 기업의 대북 사업 추진 시 북측에 많게는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점이다. 북측이 외화벌이의 한 수단으로 남측의 모든 언론과 기업 등에 대해 북측과의 교섭 시 일정액을 요구했던 상황적 특성은 고려되었어야 한다. 북측은 6.15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현대 쪽이 지급한 돈이 정당한 대가라는 것을 아태평화위원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고 일부 남한 언론도 이를 보도했었다(대한매일 2003년2월3일). 그러나 이런 사실은 유 교수가 지금도 그런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언급, 연평해전, 북한의 농축우라늄 비밀 개발 계획 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연평 해전 등은 유 교수가 회고록 등을 인용해 단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문제는 진지한 자세로 사실관계를 더 상세히 파악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세계일보는 이 칼럼 하단에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라고 써놓아 논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그러나 대중매체는 자기 매체에 실린 논단 등에 대해서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필자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이고 책임 있는 공기의 자세다. 유 교수와 세계일보는 향후 대북 관련 논평, 보도에 정도를 지켜야 할 것이다.

2008년 6월 12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