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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중국 취재 '007작전'

현지 정부 취재통제 극심…여진 위험속 노숙 취재

장우성 기자  2008.06.04 15: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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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오셨습니까?”(미얀마 경찰) “중국 기자들입니다.”(한국 취재진)

공식집계로만 13만1천여명의 사망·실종자와 2백50만명의 이재민이 생긴 미얀마 사이클론, 8만명이 죽고 36만명의 부상자를 기록 중인 중국 스촨성 지진. 그러나 국내 언론사의 기자들은 현지 취재 통제를 뚫기 위해 ‘007작전’을 벌였다.

지난달 8일 미얀마에 들어갔던 KBS 취재팀 3명은 비행기 탑승부터 공항에서는 일행이 아닌 것처럼 별도로 움직였다. 이후 호텔에서 합류해서 취재를 벌였다.

미얀마 정부가 취재 비자를 내주지 않아 관광 비자를 받은 탓에 ENG카메라는 언감생심. 6미리 카메라를 숨겨 입국했다. 6미리 카메라도 현지에서는 안심할 수 없었다. 미얀마에서 BBC의 한 기자는 6미리 촬영 도중 경찰에 적발돼 추방당했다.

취재물을 보내려 해도 인터넷 환경이 열악했다. 수도인 양곤에서는 유일하게 인터넷선이 설치된 ‘투레이더스호텔’에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나마 접속량이 많아 다운이 잦았다. 호텔에는 경찰들이 상주하면서 기자들의 취재 동태를 감시했다.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는 아예 접근이 차단됐다. 미얀마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보가라이, 라프타 지역이 특히 심했다. 현지 잠입에 성공한 KBS 취재팀은 현장에서 미얀마 관리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중국 기자’라고 신분을 속였다. 미얀마 당국이 동맹국인 중국 기자들의 취재는 막지 않았기 때문.

보가라이에서 차로 7시간 거리인 수도 양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지 취재를 다녀온 KBS 김개형 기자는 “시내에서 스탠드 업 촬영을 하면 추방될 우려가 있어 비교적 경계가 허술한 빈민층 마을에서 영상을 잡았다”며 “군인과 경찰이 없는지 미리 살펴보고 준비해간 핀 마이크로 리포트를 했다”고 말했다.

중국 지진 취재를 위해 14일 청도 공항에 도착한 MBC 등 3개 방송사 기자들은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한 취재팀의 카메라 케이스가 입국 검사 도중 걸린 것. 이때 MBC 취재팀은 옥신각신하는 ‘혼란을 틈타’ 통과에 성공했다.

지진 피해 현장에서는 자치정부가 발행한 허가증이 없으면 취재가 불가능했다. 취재 비자를 받지 못하고 들어간 방송사 취재팀들은 중국 관리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취재진들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민간자원봉사 차량들처럼 중국정부의 슬로건인 ‘항진구제’(抗震救災) 스티커를 붙였다. 그래도 검문이 심하면 차량만 보내고 걸어서 검문지역을 피해갔다. 거리가 멀면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이동했다.

중국에 투입된 취재진들은 여진의 위험 속에서도 취재를 강행했다. 현지 취재를 다녀온 MBC 구본원 기자는 “여진을 현장에서 한번 겪어보니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피해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노숙하고 있는 이재민들과 같이 밤을 새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