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시청광장에서 3만여 명(경찰추산 9천명)이 참여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다음날 아침 신문들의 보도는 시각차가 분명했다. 보수 신문들도 일부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먼저 촛불시위를 ‘배후설’로 몰던 조선의 태도에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1면 기사는 ‘정부 ‘쇠고기 고시’ 발표’로 건조했지만 10면에선 ‘최보식 사회부장이 본 촛불시위 현장’이라는 글에서 일부 변화된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최부장은 “대다수 시위 참여자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에서 제 발로 뛰쳐나온 것이 틀림 없었다”며 “이 때문에 ‘배후론’을 비웃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시위에는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민변, 민노총,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나눔문화, 다함께, 한총련 등 1700여개 단체가 가담했다. 이들 단체는 현장에서 촛불과 피켓, 유인물 등을 배포하며 독려하고 있다. 시위의 ‘군불’을 때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진단했다. 또 가두시위에 대한 시민들 간의 의견차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중앙은 1면 ‘미국 쇠고기 수입 내주 재개’, ‘“국민에 선전포고…”항쟁시작’ 등의 기사로 장관고시와 촛불시위를 다뤘다. 그러나 촛불집회 주최 단체, 야당 등의 행동만을 기사화했다.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분노는 반영하지 않았다.
3면 쇠고기 고시 반발 확산 “통제 없는 무제한 수입…검역 주권 내팽개쳐”는 이 모습이 두드러졌다. “민주노총 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통을 막겠다”며 실력 행사를 공언했다””, “대책회의가 마련한 승합차가 대열을 인도했다”, “흥분한 참가자 몇 명이 차벽으로 세운 전경버스의 타이어에서 공기를 뺐다”, “이날 서울 도심은 밤늦게까지 교통정체에 시달렸다”, “각 대학 총학생회들도 반대집회를 열었다”, “한도숙 전농 의장 등 대표 4명은 농림수산식품부 건물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다 30분만에 연행됐다” 등이 중앙이 스케치한 내용이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제목은 ‘쇠고기 고시 반발 확산’이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담겨있지 않았다.
동아는 1면에서 ‘정부 ‘고시’ 발표’, ‘야당 “장외투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장관 고시를 논란으로 다뤘다. 그러나 여전히 촛불시위 현장을 전하는 데는 미흡했다. 2면에서도 ‘한나라 “대책 충분히 보완…안심하길”’, ‘야3당 “고시 무효화 모든 수단 동원”’ 등으로 양측의 입장을 균등히 했다. 이런 태도는 정부의 정책 옹호에 많은 무게를 두었던 기존 태도와는 다른 것이다. 동아가 여론 악화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촛불시위는 여전히 축소보도했다. 동아는 10면 ‘종로-을지로 한밤까지 ‘맴돌이 시위’’에서 시민들의 물결 대신 세종로 사거리를 메운 전경버스 사진을 실었다. 동아는 이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렇다. “특히 촛불시위가 시작된 2일 이후 처음으로 대학생 500여 명이 각 학교 총학생회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집회장 부근에서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 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나눠주며 시위 참가를 권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의 행진으로 을지로는 한동안 모든 차로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됐고 종로에서는 편도 4차로가 시위대에 점거됐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도심은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등이었다. 현장에서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치던 남녀노소 일반 시민의 정서는 기사화되지 않았다.
반면 경향은 ‘미쇠고기 고시 강행 국민저항 전국 확산’ ‘대학생도 대규모 참여 ‘제2의 6월항쟁’ 연상’ 등으로 촛불시위의 현장을 전했다. 경향은 “정부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발표된 29일 전국은 ‘쇠고기 민란’이 일어나는 듯했다”며 “쇠고기 반대에서 반정부 구호로 옮겨간 시위는 1987년 6월 항쟁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겨레도 5면 ‘끝내 민심 외면…“고시 철회” 촛불 거세진다’에서 “쇠고기 민심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시 강행을 선택하자 시민들과 누리꾼들이 격앙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 시청앞 광장 가득…행진대열 2km’ ‘검·경 “6월 항쟁으로 번질라” 안절부절’ 등의 기사로 시민들의 분노가 ‘범국민적 저항’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