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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춘 전 한국기자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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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태평양전쟁 패전직후인 1946년 맥아더사령부 주도로 새헌법을 제정하자 일본국민들은 이를 평화헌법이라고 불렀다. 헌법 9조가 일본의 비무장 조항과 함께 다른 국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평화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보수와 진보세력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헌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수세력측은 국가안보를 위해 자위대의 무장과 외부로부터 침략을 당할 경우 자위권의 발동, 해외파병을 위한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반면 진보세력은 다시는 전쟁의 참화와 비극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화헌법 9조를 사수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갈수록 양진영의 대립은 심화되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 국민사이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일본을 방문한 지난 5월 3일은 일본이 평화헌법을 제정한 지 62주년이 되는 제헌절이었다. 이날부터 6일까지 나흘간 도쿄 외곽의 지바현 마쿠하리 국제회의장에서는 ‘평화헌법 9조 세계대회’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와 평화네트워크, 민변, 참여연대등 한국의 언론시민단체 대표자 50여명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평화헌법 수호를 지지하는 1만 5천여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에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NGO부문 국장인 하니파 메조우와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 평화단체 메어리드 맥콰이어 대표 등이 참석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대회 참석자들은 지난 54년 자위대 창설된 후 지금까지 일본 국방예산은 미국 다음인 세계 2위이며, 26만에 불과한 병력의 무장전투력은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3~4로 평가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 집권세력의 보수화와 평화헌법 개정시도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개막식 다음날 한국기자협회와 일본저널리스트협회가 공동주최한 ‘9조와 미디어의 역할’이라는 심포지엄에는 평생을 진보운동에 몸담아온 변호사와 시민단체운동가, 일반시민등 3백~4백명이 몰려 그야말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발제자로 나선 필자는 △일본은 자위대를 세계 3~4위의 군사력을 무장시킴으로서 이미 평화헌법을 근본적으로 위반했고 △일본이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할 경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으며 △9조 삭제와 본격적인 재무장은 중국과 북한은 물론 한국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측 발제자인 아사히신문의 이토 기자 역시 일본언론들이 점점 9조의 평화정신을 잊고 있으며, 평화헌법에 대한 보도를 게을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뜨거웠던 심포지엄의 열기는 일본인, 나아가 세계인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방증하기에 충분했다.
휴일 이른시간부터 행사장에 나와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들, 평생동안 개헌반대에 매진하고 있는 변호사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일본의 양심세력이었다. 입장권을 사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는 학생부터 회사원, 노인들의 모습은 평화를 지키려는 일본내 시민사회운동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다. 둘로 갈라진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일본인들만큼 평화운동에 대해 간절하고도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갖고 있는 한번 자성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