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KBS를 꺾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손관수 기자(KBS 1TV뉴스제작팀)  2008.05.21 15:37:43

기사프린트


   
 
  ▲ 손관수 기자(KBS 1TV뉴스제작팀)  
 
그야말로 광풍이다. 권력에 눈먼자들의 몰염치의 극치다. 최근 KBS를 둘러싼 낯뜨거운 사태들은 ‘정권의 KBS 장악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기획의 핵심 연출자는 청와대다.

지난 7일 밤 곽경수 청와대 언론 2비서관과의 우연한 술자리 만남이 있었다. KBS직원들과 술 한잔하던 그는 마침 인사이동으로 환송·환영식을 갖던 우리와 2차에서 조우했다. 그런데 KBS 17기 기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술김에 긴장이 풀어졌는지, KBS 식구들을 만나 너무 반가웠던지 “지금의 KBS로는 되지 않는다. 김모 선배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느닷없는 발언을 했다. 5년전 서동구 사장 사태를 예를 든 반박에도 그는 ‘그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고, ‘KBS 노조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안이다.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말엔 엉뚱하게도 “KBS노조가 겉으로는 그렇지만 결국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아전인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대안이 없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왜 청와대가 걱정하냐? 청와대가 KBS사장 만들어내는 데냐?’는 질타에도 그는 당당하게 “지금으로는 안된다, 김모 선배밖에 대안이 없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참석자들이 ‘지금 청와대의 행위는 김모 선배를 죽이는 일이다. 그를 정말 죽이려거든 계속 추진해라’는 격한 비판을 하자, 그는 흘려들은 채 자리를 떴다.

사적인 대화를 공개하고, 실명을 밝히는 이유는 그가 공권력의 핵심 자리에 있고 그의 발언이 너무 중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발언 이후 KBS를 향한 엄청난 타격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엄혹한 현실 때문이다.

오랜 친구인 KBS 이사장을 만나 ‘쇠고기 수입 파문 확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방송탓, KBS 정연주 사장 탓’으로 돌리고 ‘정연주 퇴진을 촉구’했다는 지난 12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 이후 불거진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사퇴 결의안’ 논의 움직임, 여기에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움직임 보도까지, 아예 ‘끝장을 보자’는 듯한 정권의 핏발선 욕망이 참으로 역겹고 무섭다. 짜맞춘듯한 움직임,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진심으로 묻는다. KBS의 무릎을 꺾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그대들의 나팔수인가? 시쳇말로 ‘시다바리’를 원하는가?

청와대의 최근 행태는 이제 겨우 ‘국민의 방송’, ‘공영 방송’의 체면을 차리려 노력하는 KBS의 팔과 다리를 분질러 다시 그들의 ‘하인’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작태’에 다름 아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도 묻는다. ‘당신이 목숨걸고 길러낸 대통령을 안가에서 만나 돗자리 깔고 소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정권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당신의 친구를 만나 KBS 사장 정연주 탓에 쇠고기 파문이 확산되고,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고 분노’하면서, ‘KBS 이사들을 압박해 정연주 사퇴 결의안을 내라고 꼬드기’면서도 정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이야기’라고 ‘소가 웃을 소리’를 계속할 것인가?

‘바보는 남 탓만 한다’는 말이 유행했던게 불과 얼마전 일이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어찌 방송탓, 홍보 부족탓인가? 그래서, 정녕 그래서 KBS를 장악해 홍보를 강화하려는 것인가? 언론 장악 욕망은 불을 찾아 뛰어드는 부나비의 허망함과 같은 것이다. KBS를 장악했다고 환호하는 순간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