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이하 방통위)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볼멘 소리가 언론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이하 문체부) 신재민 제2차관이 “방송·통신 융합 등 미디어 관련법을 9월 정기국회서 일괄 처리하겠다”는 발언에도 방통위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 차관은 지난달 25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세미나에 참석, 축사를 통해 “공영방송의 소유형태, 신문·방송 겸영, 방송·통신 융합 같은 문제를 하나씩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디어 관련법을 모두 한 테이블에 놓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4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9월 정기국회에서 신문법 재개정을 계기로 나머지 미디어 관련법도 한꺼번에 고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언론계는 방송통신 정책의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문체부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달 29일 ‘제 밥그릇도 못 챙기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성명을 통해 “지난 2월말 방통위가 출범한 것은 방송, 통신 관련 정책의 주무와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며 “방통위가 출범했음에도 방통위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 김영호 상임대표는 “문체부가 방송·통신 정책의 주무부서가 아닌데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 내에서도 미디어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 없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방통위를 출입하는 한 중견기자도 “정부 전체 미디어 정책의 큰 밑그림이 그려져 있지 못하다보니, 시장 중시라는 단순 논리만 통하고 있다”며 “청와대, 방통위, 여당 어느 쪽도 중심이 되지 못하는 가운데 문체부의 돌출행동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언론노조 채수현 정책국장은 “방통위가 일부러 침묵하는 측면도 있다. 문체부가 주장한 미디어 정책들에 대해서 방통위도 같은 생각이겠으나 아직 이런 점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신 차관의 입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재확인하려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