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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다한 언론에 취재거부 철퇴?

중앙지검·기자단, 뉴시스에 뭇매 '왜'

민왕기 기자  2008.05.07 14: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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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셔터를 눌렀을 텐데….”
뉴시스 이동훈 기자는 지난달 23일 친박연대 비례대표 당선자인 양정례씨의 검찰소환을 단독 촬영했지만 요즘 곤혹스럽다.

서울중앙지검 지하주차장에서 찍은 이 사진은 다음날 조선 중앙 동아를 비롯한 종합일간지 9곳의 지면을 장식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기자단과 검찰로부터의 징계였다.

서울중앙지검 기자단이 지난달 24일 뉴시스 법조출입기자 4명에 대해 1개월간 출입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 이어 4일 뒤인 28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뉴시스에 대해 ‘취재 거부’를 한다는 내용을 통보해 왔다. ‘청사 내 촬영금지 구역’에서 사진을 찍었고 이를 보도했다는 것이 이유다.

양정례씨 사진 보도 경위
그러나 기자단과 검찰로부터 징계를 받은 뉴시스의 양정례 사진 보도의 이면에는 타사 편집국의 줄기찬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보도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는 얘기다.

당초 양정례씨 모녀는 4월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소환되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양씨는 검찰의 말과 달리 오후 1시 청사 지하주차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훈 기자는 “청사 주변을 돌고 있는데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가 눈에 띄어 달려갔다”며 “거기서 양씨 모녀를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후 1시30분 문제가 생겼다. 중앙지검 출입기자단 간사가 “취재금지 지역에서 촬영을 했으니 보도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 이후 뉴시스 이현준 법조팀장도 간사로부터 이같은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 법조팀장은 “기자단의 결정을 후배 사진기자에게 얘기하고 가급적이면 내지말자고 얘기했다”며 “이 때문에 오후 4시까지 사진송고를 보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뉴시스는 양정례 검찰소환 사진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4시께 타사 사진 데스크와 한국사진기자협회로부터 “사진을 풀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뉴시스 편집국은 회의 끝에 사진을 공유하기로 결정, 오후 5시께 사진을 각 언론사에 전송했다. 결국 뉴시스 사진은 타사에 의해 보도 됐지만 징계는 뉴시스만 받게 된 것이다.

청사내 촬영금지 구역?
기자단과 검찰이 뉴시스에 중징계를 내린 명분은 ‘청사내 촬영금지 구역’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였다.

‘청사 내 촬영금지’는 4~5년전 서울중앙지검과 기자단이 맺은 일종의 신사협정. 방송·사진 촬영 등으로 인한 청사 내 검찰 업무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룰이다. 또한 참고인 소환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

뉴시스가 징계를 받은 것은 초상권 및 인권 침해, 검찰 업무 방해 등 룰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게 기자단과 검찰의 주장이다.

그러나 뉴시스를 포함한 일부 사진기자들은 “양정례씨가 공인이고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사안이었던 만큼 보도하는 것이 옳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또한 “검찰과의 취재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룰 때문에 중요한 사건 현장이 묻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기자단과의 신사협정을 활용해 ‘취재거부’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동시에 ‘특정언론사 죽이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SBS가 지하주차장에서 찍은 영상을 보도했지만 당시 검찰은 이를 문제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사진기자협회 김낙중 회장은 “룰에 얽매여 검찰이 빼돌린 공인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것은 문제”라며 “다만 이번 계기로 인해 취재 질서에 대한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