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정연주 회오리'에 KBS 뒤숭숭

"정 사장·노조 모두 문제" 목소리도

장우성 기자  2008.04.30 14:49:00

기사프린트


   
 
  ▲ KBS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은 KBS 본관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노조가 내건 ‘정 사장 퇴진’ 플래카드들.  
 
“이제 뭔가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 자리만 지키고 있는 정 사장도 문제다. 대안없는 노조의 퇴진투쟁도 합리적이지 않다. 양비론 같지만 이게 현실이다.” 한 KBS 고위 인사의 말이다.

사장 문제를 둘러싼 KBS 내부의 고민과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KBS 노조(위원장 박승규)는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 서명운동을 지난 22일부터 벌이고 있다. 회사 곳곳에는 ‘정 사장 퇴진’을 새긴 검은 색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이번 주부터는 17개 지역총국을 돌며 설명회를 벌일 계획이다.

KBS 사내 게시판에는 “정 사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오고 있으나 사회 안팎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KBS가 대비해야 할 각종 현안이 쌓여있는데 정 사장이 언제까지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크다. 본부장 급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인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회의 때마다 “동요없이 일하라”고 독려하고 있으나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관심은 오히려 어떤 과정을 통해서 누가 사장이 될 것인지에 모이고 있다. 정 사장의 진퇴는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라, 결국 KBS의 미래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노조가 ‘낙하산 사장’ 반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실현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낙점한 사장이 임명되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도 동요가 일고 있다. 애초 정 사장에 반감이 크다고 알려진 기술직 직원들 쪽에서도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술직 직원은 “지난 ‘송신소 직원 1억 연봉’ 발언 뒤 기술직 사이에 정 사장에 반감이 더욱 강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는 계속 KBS가 방만하다고 호도하고 있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사장이 오면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하는 제도 자체가 문제지만 지금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며 “최대한 KBS 구성원과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KBS 기자협회, PD협회, 경영인협회, 기술인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등 6개 내부 직능단체들은 지난주 두 차례 모임을 갖고 최근 KBS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이들은 노조에게 함께 할 것을 요구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KBS의 한 프로듀서는 “노조가 정 사장 퇴진 이외 방송구조 개편 등 수많은 현안에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노조가 홀로 움직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고위 인사는 “KBS의 모든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자칫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상처만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