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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사진 한 장이 던져준 특종

동아사이언스 우주인 교체 단독 보도 화제

김성후 기자  2008.04.21 16: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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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금요일 오후, 동아사이언스 기자들은 다음 주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외신자료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모스크바 발 로이터통신 사진을 넘겨보던 기자는 한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예비우주인이던 이소연씨와 러시아 우주인 2명이 소유스 우주선에서 손을 한데 모으고 있는 사진이었다. ‘어, 이상하네. 이소연씨가 왜 이들과 있지?’

동료기자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년 넘게 우주인 사업을 밀착 취재해 온 기자들은 발사 한 달을 앞두고 프라이머리(탑승) 우주인이 백업(예비) 우주인으로 바꿔 훈련하는 전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불과 며칠 전 사진만해도 고산씨가 이들 우주인들과 팀을 이뤄 훈련을 받고 있었다.



   
 
  ▲ 동아사이언스 기자들은 고산씨가 아닌 이소연씨가 러시아의 정식 탑승우주인 2명과 훈련을 받은 사진을 이상하게 여겨 취재에 들어갔다. 3월 7일을 전후로 모스크바 발 로이터 사진에는 이소연씨가 두 우주인과 훈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은 3월 18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이소연씨가 세르게이 볼코프, 올레그 코노넨코씨와 훈련중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 징후’를 감지한 기자들은 곧바로 취재에 들어갔다. 마침 박근태 기자가 그날 우주인 건강검진 결과 취재차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있었다. 항우연 관계자들은 이씨가 탑승우주인들과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모두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박 기자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잡았다. 백홍열 원장이 3월 초 국내 일정을 취소하고 돌연 러시아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씨 훈련사진과 백 원장의 돌연 러시아 출국. 얼핏 달라보는 두 사안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았다.

기자들은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에 관련 정보를 주고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취재에 착수했다. 다음날인 8일 오후, 박 기자는 대전에서 곧바로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넘어갔다. 교육과학부는 세종로 청사로 이사 준비에 어수선했다. 친하게 지내던 취재원으로부터 오전에 회의가 있었고, 러시아에서 돌아온 항우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전임 실무자도 우주인 관련해서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는 투로 말했다.

‘분명히 뭔가 있구나.’ 박 기자는 3년간 우주인 취재를 하면서 다져놨던 핵심관계자를 접촉했다. “우주인이 교체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그 관계자는 정색을 하며 “그런 얘기가 있다. 건강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날 밤 정위용 특파원도 현지 코디와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 내부 제보자로부터 그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우주인 후보 교체는 점점 사실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최종 확인이 필요했다. 백홍열 원장과 교육과학부 핵심당국자들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연락두절이었다. 핵심당국자들에게 최종 확인은 못했지만 그 분들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게 확인을 한만큼 기사는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3월 9일 일요일 발제된 기사는 10차례 이상 바뀌며 다듬어졌다. 동아일보 10일자 1면 ‘가가린센터에 무슨일이’는 그렇게 나왔다. 보도 직후 교육과학부와 항우연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주인 교체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이어 다른 매체들도 교체 사실을 앞 다퉈 따라 보도했다. 특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