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의 방송사 예측보도가 또다시 크게 빗나가면서 총선보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지상파3사가 처음 공동 예측조사를 펼친 뒤 4회 연속 총선 예측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유권자의 선택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데다, 개표 결과와도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8대 총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오는 21일 지상파방송 3사의 개표방송을 심의키로 했다. 예측보도에 대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일부 방송사들은 11일 ‘사과방송’을 내보내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으나 ‘예측조사 무용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얼마나 틀렸나방송사들은 선거 당일인 9일 오후 6시 ‘한나라당 과반 획득 확실’이라고 보도했다. 예측치를 넓게 잡은 MBC와 KBS는 한나라당 의석수를 정확히 맞추지 못했고 SBS와 YTN은 아예 1백60석대로 잡아 근접하지도 못했다.
또한 친박연대가 한자리 수이거나 최대 1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14석까지 차지했다. 비례대표에서 큰 차이가 났던 것이 원인이다. 방송사들이 한나라당 27~30석, 친박연대 4~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개별지역구에서 당락이 뒤바뀐 경우는 20여 곳이나 됐다. ‘당선확실’이라고 보도했던 후보가 낙선한 곳은 KBS-MBC가 5곳, SBS 15곳, YTN 6곳이었다. ‘당선확실’이 ‘경합’으로 바뀐 예도 방송사에 따라 적게는 8곳에서 많게는 16곳에 달했다.
방송사 예측조사가 틀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996년 KBS와 MBC, SBS가 총선 예측조사를 실시한 이래 단 한 번도 일치하지 못했다. 지상파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처음으로 공동출구조사를 실시한 1996년 15대 총선 예측조사에서는 전체 2백53개 선거구에서 39곳의 당락이 뒤바뀌는 결과가 나왔다. 16대 때에는 KBS-SBS가 21개를, MBC는 갤럽과의 조사로 23개의 지역구에서 불일치 결과를 냈다. 지난 총선인 17대 때에도 KBS-SBS와 MBC는 각각 19개의 의석에 대한 예측에 실패했다.
왜 틀렸나방송사들은 실패의 원인을 ‘비례 대표’ 예측으로 꼽았다. 비례대표에서 정당지지율의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KBS-MBC는 비례대표 예측에서는 50%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37.4%로 집계됐다. 의석수로 따지면 7~8석정도가 된다.
KBS 한 관계자는 “언론들의 여론조사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계속 보도되면서 유권자들이 세력 균형을 위해 비례대표에서 다른 당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후보와 당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또한 표본추출은 조사기간과 장소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방송사들은 표본을 수십만 명으로 산정하면서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려 했으나 장기간 조사가 진행되면서 최종 표심 이동을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 방송사들은 경합지역에서는 출구조사를, 그 외 지역에서는 전화조사를 펼치는 이원화 전략을 썼지만 이 역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응답자들이 다수당에 투표했다고 거짓 응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의 공천이 늦어진 것과 역대 다른 총선에 비해 부동층 비율이 크게 높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MBC 선거기획단 정태성 단장은 “총선의 경우 예측조사 자체가 어렵다. 여러 방안을 고민했으나 딱 떨어지는 해결 방안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본부터 재검토해야이처럼 방송사들의 예측보도가 크게 빗나가면서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예측조사는 유권자의 선택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고 실제 예측도 어렵기 때문이다.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인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만 활용되는 ‘2시간용 예측보도’의 비용효과도 지적되고 있다. 한 방송사가 예측보도에 쓰는 비용은 대략 1백 개 선거구당 40억원 정도. 전화조사 등을 포함해 50~60억원의 비용이 든다. 3사를 합하면 약 1백 50억원에 달한다. 한 신문 기자는 “전자개표로 실제 결과도 밤 8~10시쯤이면 윤곽이 나오는데 1~2시간 먼저 알기위해 그 큰 비용을 쓴다는 것은 낭비”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조사의 정밀성을 기하기 위한 방법을 재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의 예측조사는 출구조사와 전화조사를 병행함으로써 결과가 어긋날 오류가 더 크다는 것이다. 전화조사에서 응답률이 매우 낮게 나와 오차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방식 자체도 투표현장에서 사실상 비밀투표를 한 번 더 진행하는 외국과 달리, 조사원이 구두로 투표결과를 조사하는 바람에 응답에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선문대 황근 교수는 “방송사는 임으로라도 통계치를 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는 곳에 대해서는 과감히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KBS 선거방송팀 이강덕 팀장은 “무용론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결국 가치의 문제”라면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을 한시라도 빨리 전달해주는 차원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