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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세력 2백석이라는 총선 결과를 두고 진보언론운동 진영의 활동도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언론노조의 한미FTA 반대 집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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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정치화로 시민들과 괴리이번 총선 이후 ‘보수 2백석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통합민주당 당선자의 면면을 봐도 개혁·진보 성향보다는 여당과 큰 차이가 없는 인물들이 다수라는 평가다. ‘진보진영은 반토막이 났다’는 자조도 있다.
그동안 진보 언론운동단체들은 줄기차게 활동을 벌여왔으나 성과는 미흡하다. 이 시점에서 진보언론운동 진영이 방향을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도부 유연한 사고 아쉽다”한 중앙 언론사의 전 노조위원장은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운동단체들이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조합원 등 대중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지도부가 진보적 정당 지지를 표방해도, 정치적 지향이 다양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좀 더 지도부가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언론단체 활동가들이 오랜 동안 자기희생을 하면서 언론계를 이끌어왔지만 다소 경직된 부분이 없지 않다”며 “변화한 대중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관행이나 사고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언론운동 진영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해 중도 성향의 유권자마저 투표를 포기하거나 보수 후보에 표를 던지는 데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 중앙 신문사 노조의 관계자는 “언론단체들의 주장이 자신들 사이에서만 맴돌 뿐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수많은 기자회견을 하고, 집회를 열지만 정치권을 형식적으로 압박하는 데 그칠 뿐 대중을 설득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이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아 일반에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만 할 게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각종 선거 공정보도 활동도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시민단체의 모니터 활동은 상식을 요구하는 것인데 받아들이는 언론사들이 너무 정파적으로 접근한다”며 “공정보도 요구를 이념적으로만 해석해 배척하다보니 결국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공정보도 활동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모니터 보고서를 내도 폭넓게 유통되지 못한다. 언론계에도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일반 시민에게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감시 대상도 동아·조선·중앙이나 경향·한겨레 등 이념적 입장이 뚜렷한 매체에 중심을 두다 보니 “매일 똑같은 분석 결과만 나온다” “정파적인 것 아니냐”는 반론을 듣게 된다. 각 언론사의 열악한 상황도 한 몫 한다. 기자의 참여가 부진한 노조가 늘어나고 기자들이 생존의 문제에 쫓기다 보니 공정보도 활동이 힘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386, 젊은 세대 변화 못따라가”개혁의 축이었던 386세대가 노쇠화하고 있는 지금,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세대들의 변화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학생운동 경험이 없고,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시대에 대학을 다니다 언론사에 입사한 젊은 언론인들은 거대 담론보다는 직접 자신과 연관된 문제에 더 관심이 있다.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게 386세대가 중심이 된 언론운동 진영의 목소리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며 “이런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언론운동진영이 이제 ‘먹고 사는 문제’에 대안을 적극적으로 내놔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언론 노동자들에게도 생존의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단체들이 아무리 ‘언론의 공공성’을 강조해도 노동환경이 계속 열악해지는 언론 노동자들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 미디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정책이 강조돼야 한다는 뜻이다.
언론노조 채수현 정책국장은 “기존 민주화운동 세력이 ‘정치적 민주화’에 쏠린 나머지 ‘경제적 민주화’는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며 “공정보도 뿐만이 아니라 언론 노동자들이 고민하는 ‘먹고사는 문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언론운동의 지나친 정치화가 시민들과 괴리를 낳았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부산대 임영호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운동이 최근 10여 년 간 필요 이상으로 정치적 게임에 관여하고 일부 관련인사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등 오해를 살 여지를 줬다”며 “이제 시민운동의 기본인 구체적인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