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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다발 신문 노골화 될 것"

마이너·지역신문, 신문고시 완화·폐지 움직임 '우려'

민왕기 기자  2008.04.16 13: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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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봐달라고 돈다발 건네는 일이 노골화 될 겁니다.”

백용호 공정거래 위원장이 지난 13일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마이너신문과 지역일간지 관계자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신문고시로 일부 규제가 되는 상황에서도 돈다발과 백화점 상품권이 신문구독 댓가로 지불되고 무가지가 판을 치는 게 그들이 아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 2005년 한겨레신문 온라인에 등록된 신문 경품관련 고발 기사. 기사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의 한 지국이 실시 예정인 신고포상제를 앞두고 '30만원 상당의 카메라폰'을 경품으로 광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매일신문 독자서비스국 관계자는 “신문고시가 있는 지금도 10만 원짜리 상품권과 현금다발이 돌아다닌다”며 “규제책이 없어지면 지금보다 더한 불공정 거래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일보 독자서비스국 관계자는 “일부 언론사 때문에 독자들이 ‘상품권 말고 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며 “신문고시가 폐지되면 현금과 경품을 통한 불법 판촉행위가 더 노골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도 14일 사설에서 언론 독과점과 시장 혼탁을 우려하며 신문고시 관련 발언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현재 신문고시는 무가지와 경품 제공을 유료대금의 20%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고가 경품 및 금품 살포를 할 경우 누구라도 신고할 수 있는 제도로 일부 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2006년에는 경품 위반 등으로 총 5억7천7백만 원의 과징금이 2백8개 지국에 부과됐다. 그 중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지국이 1백71개로 91.5%를 차지했다.

조선일보가 60개 지국 1억8천2백10만원, 중앙일보가 59개 지국 1억8천90만원, 동아일보가 52개 지국 1억6천5백40만원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중앙일보 등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신문고시 규제를 ‘비판 언론 옥죄기’로 규정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특정언론을 겨냥해 강화한 규제책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중앙은 이와 관련 14일자 2면에서 “공정위가 2006년 지급한 전체 신고포상금 가운데 신문 관련 포상금 비율이 87%에 달하며 적발대상도 노무현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중앙·조선·동아 등 3개 신문사가 대부분”이라며 “신문시장에 경쟁 원리를 뿌리 내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비판언론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신문고시는 1996년 제정됐다. 살인까지 부른 ‘과당 경쟁’이 태동 배경이었다. 1996년 7월 중앙일보 지국원이 조선일보 지국원을 살해했다. 신문 보급권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이후 1998년 시장논리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가 신문사 판매경쟁이 격화되자 2001년 부활됐다.

2002년에는 헌법재판소가 “신문고시가 신문업계의 과당경쟁을 완화하고 독자들의 신문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향신문 판매국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이나 대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신문고시 폐지나 완화를 거론하는 것은 때 이르다”며 “신문시장의 혼탁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완충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