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있어도 눈치보여 사용할 엄두 못내정책 뒷받침·부서장 의지·동료 협조 등 삼박자 갖춰져야기자들의 이직이 늘어가는 가운데 기자들이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안식연월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달 20~24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회사의 최우선 처우개선 정책’에 ‘재교육 및 역량강화’(39.6%)와 임금인상(24.4%)에 이어 ‘휴가보장 등 재충전’(18.8%)이 꼽혔다.
더구나 ‘재교육 및 역량강화’와 ‘임금인상’은 회사 사정상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안식연월제가 떠오르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젊은 기자들의 이탈현상이 나타나면서 ‘인사관리 종합대책’일환으로 안식년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노조에서 ‘노사협의회’때 회사 측에 제안할 예정이다.
한 중견기자는 “재교육 기회가 사실상 전무하다보니 자신이 소모품이 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한 번 휴가를 사용하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이 동료 기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안식월제도를 도입한 신문사는 중앙일보와 한겨레 등이다.
한겨레는 2000년 3월 신문사 가운데 처음으로 안식월을 도입했다.
한겨레는 재충전을 위한 기회마련과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했다. 한겨레는 한해 평균 10~20명 가량이 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중앙은 지난해 ‘기자 전문성 향상 및 역량강화 방안’으로 10년, 15년차 근속휴가를 없애는 대신 ‘안식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해당 연도(4월까지)에 사용을 하지 못할 경우 자동 소멸될 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보상도 받지 못한다.
실제 지난해 안식월 대상자 11명 중 5명만 사용했다. 나머지 6명(정치부 3명, 경제부 2명, 연수대상자 1명)은 재충전의 기회를 놓쳤다.
특히 지난해 대선에 이어 올해 총선으로 이어지면서 정치부 기자 3명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내에서 한마디로 ‘복불복’이라고 평가한다. 대상자가 됐을 때 어느 부서에 있느냐와 누가 데스크이냐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상자들 사이에선 부서장의 ‘눈치 보기’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13년차 대상자들 중 먼저 휴가를 쓸 경우 소위 ‘찍힐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이 휴가 계획서를 쓸 때를 기다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이들 신문사의 경우 제도가 없는 언론사보다 훨씬 나은 실정이지만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정책적인 뒷받침뿐만 아니라 부서장 의지와 동료들의 협조가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기자들이 단순 휴식을 넘어 장기적인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을 위한 기회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식월을 다녀온 한 기자는 “없는 것보단 낫지만 한 달이란 기간이 자신을 돌아보거나 가족들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시적인 휴식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기간을 늘리고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