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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자 5인의 미리 쓴 '사망기사' 눈길

영원한 저널리스트로… 가족에 대한 애틋함으로…

김창남 기자  2008.04.10 15: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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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쓰는 자신의 사망기사는 어떤 내용일까.
국내에서 손꼽히는 저널리스트들이 최근 시리즈로 발간되고 있는 ‘한국의 저널리스트’(커뮤케이션북스)를 통해 자신의 사망기사를 잇달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안병찬 전 시사저널 주간(71·현 인론인권센터 이사장), 박래부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57·현 언론재단 이사장), 경향신문 김학순 선임기자(55), 동아일보 고승철 출판국 전문기자(54), 한겨레 김지석 논설위원(50) 등 중견기자 5명.

출판사가 일본 출판업계를 벤치마킹해 사망기사를 기획했지만 이들 기사엔 언론계 선배 기자로서 그동안 살아온 삶의 과정과 저널리스트로서의 신념과 철학 등이 녹아있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안병찬 전 시사저널 주간(언론인권센터 이사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망시점을 올해 10월로 잡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자살할거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의 ‘저널리스트로서 고집’과 역발상이 배어 있다.

실제로 안 전 주간은 대학교수로서 정년퇴임을 2개월 남겨놓고 스스로 사직할 정도로 영원한 저널리스트로 남고 싶은 바람이 이 기사 속에도 스며있다.

박래부 전 논설실장은 언론계 생활을 선 굵게 정리한 후 흡연 등 때문에 급성 폐렴으로 사망한다고 썼다. 사망시점은 한국 남성의 향후 평균 수명에 맞춰 79세로 잡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는 평소 신념을 반영, 장례식을 수목장으로 할 것으로 유언했다.

또한 가족에 대한 감정을 애틋하게 기록한 사망기사도 있다.
경향신문 김학순 선임기자는 그동안 집안일에 무관심했던 미안함을 손주들에게 과자를 구워주는 소일거리와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마지막 모습을 그렸다.

운동을 즐겨하는 동아일보 고승철 전문기자는 마스터스 마라토너로 세계 주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체험을 엮은 ‘마라톤으로 세계를 누비다’라는 영문판 저서를 출간하는 포부를 비롯해 은퇴 이후 소설가와 독립 저널리스트, 오지 체험 아마추어, 인류학자 등 다방면의 활동하다가 직계 가족 이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기록했다.

한겨레 김지석 논설위원은 사망기사엔 자신만의 특별한 나이 셈법이 담겨져 있다.
그는 성인이 된 만20세를 기준으로 지난해 책을 쓴 시점까지 30년을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 30년을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보겠다는 취지에서 81세를 사망 나이로 잡았다.

김 위원은 1989년 불의의 사고로 몸이 불편해 졌지만 2000년부터 인연을 맺게 된 등산을 통해 새로운 활력소를 얻었기 때문에 ‘외다리 등산인’으로 본인의 마지막 모습을 그렸다.

김학순 선임기자는 “자기 사망기사를 위트있게 써달라는 부탁이 들어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면서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그동안 제대로 살아 왔는가하는 반성과 함께 현재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