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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카메라.사진부 여기자들 "더 이상의 장벽은 없다"

김성후 기자  2008.04.10 09: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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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령 기자“리포트 없이 영상만으로 입양문제 다루고 싶어”
MBC 보도국 영상취재2팀 오 령 기자는 지난해 11월10일 지상 27미터 높이의 사다리차 안에 있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교통 관제탑에서 고공시위 중인 이랜드-뉴코아 조합원 박명수씨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아침에 데스크로부터 취재지시를 받고 머릿속에 영상을 그릴 때만해도 자신 있었던 그. 막상 현장에 도착한 순간 암담했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숨을 크게 내쉬고 사다리차에 탑승했다. 지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다리 힘은 풀렸고, 손에 땀이 묻어났다. 시위 중인 박씨가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를 어깨에 밀착시키고 렌즈에 눈을 갖다 댔다. 꼭대기 철판에서 농성 중인 박씨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웬만한 남자라도 힘에 부쳐했을 고공시위 장면을 그는 그렇게 찍었다. 



   
 
  ▲ 오령 기자(좌측 카메라 기자)가 강원도 홍천 한 야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오령 기자 제공)  
 
취재현장에서 취재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부지기수. 고성과 거친 말이 오가기도 한다. 현직 여성 카메라 기자는 오 기자를 포함해 3명으로 MBC 2명, YTN에 1명이 있다. 그동안 카메라는 남성들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무거운 카메라와 거친 취재경쟁이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았다. 이제 입사 만 3년차. 선배들의 지시에 빠릿빠릿해야 하고, 기사의 핵심에 접근하는 영상을 생각하느라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열흘에 한 번 꼴로 데스크영상도 맡고 있을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오 기자는 “말이 아닌 영상으로 뉴스를 전하는 데 카메라 기자의 매력이 있다”면서 “리포트 없이 영상으로 입양문제를 다루는 기획물을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성만의 영역이라는 편견은 TV 카메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신문사 사진부에도 있다.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사진부의 특성에 거칠고 위험한 사건 사고의 현장은 여성들에게 다소 버겁다. 전국 일간신문과 통신사에서 활동 중인 3백여명의 사진기자 가운데 여기자는 7명뿐이라는 사실은 이를 반영한다. 그만큼 사진기자는 여성들에게 무풍지대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 편견이 깨지고 있다.

동아 김미옥 기자“사진 한컷에 뉴스 담아내려 노력”
지난 5일 0시50분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1시간여의 특검 조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 사방에서 카메라 후레시가 터졌다. 동아일보 김미옥 기자도 뒤질세라 빠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자동 소총을 갈기듯 그의 사진기는 ‘찰칵, 찰칵…’ 연달아 찍어댔다. 이 회장이 특검사무실을 빠져가자 상황 종료. 로비 한쪽에 앉아 재빨리 사진을 전송했다. 마감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오자 벽시계는 1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이력이 붙을 법도 한데 오늘 같은 빅뉴스가 있는 날이면 긴장의 연속이다. 양 어깨로 피곤이 몰려왔지만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처리해야 할 잡무가 남아 있었다.



   
 
  ▲ 김미옥 기자(차량 위 좌측)가 고속도로에서 취재 차량을 추적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김미옥 기자 제공)  
 
숙직은 8일에 한 번 꼴로 돌아온다. 여자라고, 신혼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올해로 사진기자 6년차. 김 기자는 동아일보 사진부에서 유일한 여기자다. 정치, 사회, 문화 분야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다닌다. 기름 범벅인 철새를 찾아 하루 종일 갯벌을 헤집고, 사건현장에서 몇 시간째 뻗치기 할 때도 있다. 직업의식의 발로지만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집념이 더 강하다. 기자를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에 비유한 김 기자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건 사고 현장에 있는 게 좋다”면서 “사진 한컷에 뉴스를 담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