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3개월 사이 기자 14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한국일보 편집국이 술렁이고 있다.
사내에선 이 같은 ‘이탈현상’이 다른 기자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정치부장을 비롯해 청와대 출입 1·2진 기자, 시경캡 등 책임 있는 역할을 맡고 있던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내부에선 저임금 구조와 비전 부재 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바뀌면서 기자 출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한 간부는 “임금과 근무여건이 열악해지면서 기자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남아 있는 기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해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인원 충원과 임금 정상화가 우선돼야 하는데 회사 사정이나 노조와의 소송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2002년 9월 회사가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들어가면서 ‘워크아웃 졸업’이란 공동목표가 있기 때문에 고통분담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기자들이 체감하는 ‘회복속도’는 더딜 뿐만 아니라 회사 측이 비전 등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기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한 중견기자는 “언론사라는 게 기업적인 측면과 미디어적인 측면이 있다”며 “기업으로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미디어로서 융합시대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비전과 전략 모두 부재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피부로 느낀 처우도 문제다. 임금의 경우 지난 2000년 연봉제 전환과 맞물려 한 차례 인상되었을 뿐이다. 오히려 2004년 8월에는 기존 임금에서 17.8%나 삭감됐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회복하겠다는 약속의 이행여부도 당분간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이달 말쯤 한 차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이 ‘임금복원’과 인턴기자(5~6명) 충원 시점을 이달 말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복원을 넘어 임금 현실화와 원활한 인력 수급은 중장기 과제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
기자협의회 관계자는 “3월 급여와 인력충원에 있어 회사가 얼마만큼 기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느냐가 이번 사태의 봉합을 판가름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급여 현실화와 원활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전 문제는 전체적인 신문산업이 어렵기 때문에 힘들지만 인력충원과 급여 문제는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봤다”며 “지난 1월 10억원 이상 흑자를 보는 등 경영상태도 계속 호전돼 작년만큼 광고 실적을 올린다면 올해는 흑자경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에서 퇴직한 언론인은 “신문산업 위기와 맞물려, 분화과정에서 변화에 제대로 동참하지 못했고 인재관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위기가 왔다”면서 “경영진 쪽에서도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식의 무대응 자세를 버리고 기자들 역시 패배주의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