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자료→재산·납세 등 분석→현장취재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에 내정됐던 3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언론의 검증 보도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등에 대한 검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언론은 어떤 경로를 통해 장관 후보자들의 투기의혹, 재산문제, 과거행적 등을 추적, 보도했을까.
“포인트 찾는 것이 노하우”검증 보도의 출발점은 후보자들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자료다. 인사청문 자료에는 후보자의 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병역신고사항,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실적에 관한 사항,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이 들어있다.
기자들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속해 공직 후보자와 배우자 등의 재산·병역·납세사항 등을 검토하면서 취재에 착수한다. CBS 윤석제 차장은 “정부가 제출한 각료 후보자 15명의 인사청문 요청자료가 실시간으로 올라온 지난달 21일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자료를 일일이 출력했다”고 말했다.
후보자 검증은 취재팀을 따로 꾸리기도 하지만 대개 경찰기자들이 중심이 된다. 자료를 분석하면서 의문점이나 특이한 사항을 발견하는 것이 노하우다. KBS 탐사보도팀 성재호 기자는 “무작정 다 뒤질 수 없다. 체크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면서 “지난 2005년 여름 무렵 ‘9시 뉴스’에 고위공직자 재산보도 시리즈를 하면서 축적한 취재 노하우가 이번 검증 과정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필수코스단서를 찾았다면 바로 확인에 들어간다.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라면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등기부등본을 살피는 것이 필수다.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될 경우 현장 취재에 들어간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22일자 1면 머리에서 제기한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농지 투기의혹’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박 후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기 김포시와 강원 평창군 등의 토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검증팀은 등기부등본 확인 뒤 전화 취재를 통해 박 후보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겨레는 등기부등본에 나온 공동소유자의 주소지를 단서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사실을 확인했다. 노현웅 기자는 투기의혹이 제기된 최 후보자 소유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논 등기부등본을 떼 공동소유 사실을 확인한 뒤 공동소유자 인터뷰를 통해 “서현동 땅은 ‘재테크’가 맞다”(3월8일자 1면)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주말 농장용으로 구입했다’는 최 후보자의 해명이 거짓임을 밝혀낸 것이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25일자 1면에 단독 보도한 ‘남주홍 ‘논문 100편’ 허위 의혹’은 청문자료에 적힌 한 줄의 문장이 발단이 됐다. 시경캡을 맡고 있는 이창구 기자에 따르면 이 기사는 ‘주요 논문 100여편 등을 통해 바른 통일의 방향 제시에 노력하였음’이라는 문장을 근거로 논문 게재 여부를 학술진흥재단 내부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특종이번 검증 보도에서는 우연찮게 정보를 얻어 특종을 한 경우도 있었다. KBS가 지난 5일 단독 보도한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의 대선 여론조사 유출’ 기사가 대표적이다. 기사의 소스인 ‘미 국무부 비밀문서’는 KBS 안모 기자가 박사학위 논문 준비를 위해 미 국무부에 요청한 자료에 들어있었다.
탐사보도팀에 따르면 안 기자는 자신이 준비한 논문에 당시 한국갤럽 회장이었던 최시중 내정자에 대한 이름이 있는 점을 기억해 후배 기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1987년 이후 미국의 한국 대선 개입’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던 안 기자는 지난 2005년 미 국무부 측에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미 국무부는 다음해 가을 최시중씨 관련 내용이 들어있던 문서를 포함해 50건의 자료를 안 기자에게 보냈던 것이다.
CBS가 지난 7일 단독 보도한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 동아 정치부장 때 권언유착 물의’ 기사도 1988년 당시 기자협회보에 나온 기사를 기억했던 청취자가 CBS에 제보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