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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 최시중 내정자 적합한가?

방송·통신 전문지식 못갖췄다

곽선미 기자  2008.03.05 15: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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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논설위원 시절 칼럼 일관성 부재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한 최시중 전 한국갤럽회장. 그는 동아일보 기자출신이다. 1963년 동양통신 기자로 출발해 1965년 동아방송으로 옮기면서 동아일보와 인연을 맺었다.

정치적 성향
1988년부터 1993년까지 5년여동안 동아의 논설위원으로 일한 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의 칼럼을 남겼다. 이 글들을 바탕으로 보면 우선 그는 일관된 주장의 칼럼보다 양비·양시론적 시각의 인물로 보인다.

그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 “우유부단하고 무능하다”라면서도 “노 대통령의 역사와 국민에 대한 사명과 직무에 대한 책임의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할 것”이라며 같은 글(1990년 4월25일자)에서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했다.

두달여만에 입장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1990년 7월 쓴 ‘김대중 총재의 살신과 성인’이라는 글에서는 “이같은 난국에서 우리가 의지할 집단은 그래도 ‘야당(당시 김대중 총재가 있던 평민당)’밖에 없다”고 했다가 9월에는 ‘민정당(당시 여당)은 와해될 것인가’라는 글에서 “지금은 다툴 때가 아니라 화합하고 협력할 시점”이라는 충언을 하기도 했다.

전체 정치판을 비판하는 글도 더러 있지만 뚜렷한 정치적 신념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대북 성향은 보수적인 편이다. 그는 ‘김일성 신국(1989년 4월13일자)’이라는 칼럼에서 “김일성과 그의 신국을 동경하고 찬양하는 사람이 이 땅에 있다면 그건 정녕 비극 중의 비극이 아닐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변 평가
주위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동아 출신 한 원로 언론인은 “정치적 감각이 굉장히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했다. 김대중과 김영삼 대통령을 만든 숨은 킹메이커라는 의견도 있다. 한 동아일보 해직기자는 “신중하고 뚝심 있으며 윗사람에게 깍듯하다”고 했다. 처세에 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시절에는 그리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평이다. 동아일보의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 시절 반정부적 기사로 고초를 겪은 바도 있다. 1975년 1백30여명의 기자·PD들이 해직됐던 ‘동아사태’ 때에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94년 고 김상만 회장의 최 측근이었지만 김 회장이 별세한 뒤 퇴사하면서 ‘한국갤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갤럽에서 주요 여론조사를 수주하며 경영 발전에 이바지 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여론조사 전문가’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여론조사계 관계자는 “대외적 이미지에 불과했다. 갤럽에 들어올 때 이미 현업에서 뛸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명박 선대위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되자, 박근혜계 한나라당 인사들로부터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전문성 논란
언론·시민단체는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 측근일뿐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제기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씨의 말이 내 말이라고 했다”듯이 최시중 전 회장은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때문에 언론·시민단체는 방송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최시중씨가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것도 뉴미디어 시대의 수장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외국의 사례와도 비교된다. 미국과 영국의 방송통신기구 위원장은 모두 전문성을 갖췄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모델이 된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직속의 기구로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 2005년 선임된 케빈 마틴 FCC 위원장은 FCC에서 2001년부터 4년 이상 일했으며 2000년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기술, 통신 부문 정책 자문으로 활동한 전문가다.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구인 오프콤(Ofcom)도 지난 2006년 위원회 경력 3년, 미디어 및 통신, 인터넷 분야 최고 고문을 지낸 에드 리차드(Ed Richards)를 새 위원장에 임명했다. 동아 출신 한 언론인은 “고 송건호 선생은 ‘기자를 징검다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며 “이런 면에서 최씨가 정치권에 관여하고 방통위원장을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결국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