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공동대표 김경호‧양승동‧정일용, 이하 남측언론본부)는 논평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 이명박 정부의 실용적인 접근을 촉구했다.
남측언론본부는 지난 3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개막된 제7차 회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한 박인국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실장의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정부가 대북 인권결의안이 추진될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찬성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정부의 대북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남측언론본부는 또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는 서구적 관점에서 채택한 인권 개념에 많이 기울어 있다”며 “북한의 인권문제는 외부에서 강압적인 방식으로의 접근이 아닌 점진적 경제협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 제시와 함께 밝혔다.
논평은 이어 “북한 인권문제 제기가 인권 공세의 성격을 띄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기구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측언론본부는 끝으로 “실용을 공언한 이명박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서 만큼은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야 말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이다.
북한 인권문제야 말로 실용적으로 접근하라
남측 정부는 3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개막된 유엔 인권이사회 제7차 회기에서 수단과 미얀마와 더불어,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촉구했다. 연합뉴스보도(3월3, 4일)에 따르면,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한 박인국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실장은 이날 개막식에 이어 진행된 고위급 세션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의 중요성에 입각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관련 기사의 다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주 제네바 대표부 관계자는 ‘적절한 조치’라는 것에 대해 “인권 문제는 개별 국가의 특수성과 관계없이 추구해야 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만큼 북한이 현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대화ㆍ협력은 물론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에 따라 앞으로 유엔 총회나 인권이사회 등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에 계속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대북 인권결의안’이 추진될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찬성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주목된다.----
남측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즉 남한은 지난 2006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 출범 이후 고위급 세션을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해 언급했다. 당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인권 대화를 통해 가시적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지난 해 3월 당시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은 국제사회와 더불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한국 정부는 현재의 남북 화해 협력 정책에 따라 북한의 생활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은 인간의 원초적 문제다. 북한에 서구식 개념의 인권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계속 공론화해서 북한이 그것을 개선토록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렇게 해서는 역효과만 나고 한반도에 긴장만 고조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권과 달리 ‘인권 외교’를 국정과제로 삼고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통일부 내에 북한 인권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취한다. 이전 정부가 남북화해협력 정책에 따라 북한 주민의 생활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강조해 온 반면 이명박 정부는 인권이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가 최선이라고 무 자르듯 말하기는 어렵다. 국제사회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유엔 등 국제 인권기구에서 “인권은 범세계적이고 총체적이며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연관된 것”으로 정의한다. 세계의 공동체는 “인권을 동일한 기초위에서, 동일한 강조점을 가지고 공정하고 동등한 방식으로 범지구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권의 이런 보편주의적 개념에 반대하는 견해, 즉 인권의 상대주의도 분명 존재한다.
인권은 범세계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문화적 충돌을 야기하며 생존까지도 위협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여성의 할례는 종교에서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지의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하나의 관습으로 존재한다. 이는 서구를 중심으로 한 범세계적 인권 개념으로 볼 때 여성 인권 침해다. 일부 국가는 여성 할례를 법으로 금하기도 한다. 범세계적 인권 개념은 이런 이유로 문화, 경제, 정치적 제국주의로 묘사되기도 한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는 서구적 관점에서 채택한 인권 개념에 많이 기울어 있다. 인권에 대한 보편주의와 상대주의적 주장의 대립이 계속되지만 국제사회는 대체로 보편적 인권과 자유에 대해 범세계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인권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인권문제를 정치 현실 속에 대입시키면 간단치 않다. 국경선으로 나눠져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문제를 ‘무기’ 삼는 전략이 갖는 한계가 있다. 이런 어려운 점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12월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 5돌 특별강연에서 상세히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한국정부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북한에 대한 점진적인 경제협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상항에 대해 외부에서 강압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공산주의국가에게 인권 상황을 개선토록 압박을 가한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옛 소련이나 중국, 베트남과 같은 공산주의국가의 개방과 인권개선을 유도한 것은 강력한 제재가 아니라 경제와 문화교류였다. 미국은 화해정책을 통해 중국을 총 한방 쏘지 않고 변화시켰다. 미국은 쿠바에 대해 50년 동안 경제제재를 가했으나 그 체제를 변화시키지 못했고 베트남의 인권상황은 미국과 전쟁을 하는 동안 개선되지 않았다.
둘째, 인권에 대한 관점은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 빈곤에 시달리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은 음식과 옷 같은 생필품을 제공함으로써 그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이산가족들의 상봉도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이산가족 상봉자가 2000년에는 200명이었으나 5년 만에 1만2천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탈북자 수 천 명을 입국시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이 또한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의 하나다.
셋째, 지금은 북한정권을 압박해서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것보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동포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돕는 방안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인권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중요성이 강조될 때 북한 정권이 인권의 정치적 측면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주민의 생활을 돕는 것이 공산주의 국가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가장 실용주의적 방법이다. 북한내부의 변화 없이는 그곳의 인권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에서의 정치적 인권 개선은 중국과 같이 경제, 사회적 변화가 이뤄진 이후 가능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책은 현실 정치세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한 선택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런 고민은 국제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 11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되었을 때의 상황에서 그것이 확인된다. 당시 유엔 총회는 유럽연합(EU) 등이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4표, 반대 22표, 기권 62표로 채택했다. 반대와 기권 표를 합치면 찬성표와 같은 84표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증거로 읽힌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권했다. 서구적 개념으로 명확한 인권문제가 국제 정치무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선 북한인권문제 제기가 ‘인권 공세’의 성격을 띄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상황의 개선은커녕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6자회담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할 악재가 된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기구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측 정부가 북측 인권문제를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거론할 때 국제사회는 분단민족의 비극 차원에서 판단하면서 결과적으로 한민족의 자질을 부정적으로 판단할 우려가 크다. 또한 북한의 기준으로 볼 때 인권문제로 제기되는 부정적인 측면을 남한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공세 차원에서의 인권문제 거론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념대신 실용을 취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해 왔다. 실용의 관점에서 이런저런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에서 만큼은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야 말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다.
2008년 3월 4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