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내정된 데 대해 언론 및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는 3일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 대통령은 2일 언론․시민단체 등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최측근인 최시중씨를 신설된 방통위원장에 내정했다”며 “이는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자본의 노리개로 만들고 장기집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기자협회는 “최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상담역이자 정신적 후견인, 이 당선자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서울대 동기동창이자 50년 친구,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면서 “정파적 성향이 가장 뚜렷한 인물을 앉히는 것은 국민과 언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협회는 “이런 경력만으로는 21세기 방송과 통신의 융합, 진화하는 메가트렌드, 나아가 디지털패러다임을 소화하기는커녕 이해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능동적으로 미디어정책을 입안하고 이끌어갈 전문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언론 유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면 즉각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도 이날 ‘대통령의 정치 멘토는 방통위원장이 될 수 없다’는 성명에서 “방통위원장은 정치인을 배제한 중립적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이후에도 방통위원회의 공정성과 직무 독립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최씨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김영호)는 같은날 ‘부적격 방통위원장 인사 강행, 총력 대응할 것’이라는 성명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비판에도 정략적 ‘코드 인사’를 강행한 것은 독선과 오만함의 극치”라면서 “끝내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언론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파업, 선거심판,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방송인총연합회와 문화연대, 참여연대도 각각 성명과 논평을 내고 “최시중씨 지명은 명백한 측실인사”라며 “방통위원회 논의를 근본부터 새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자협회 성명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2일 방송계와 언론․시민단체 등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최측근인 최시중씨를 신설된 방송통신위원장에 기어이 내정했다. 이번 인사는 방송을 권력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방송의 독립성을 존중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언론 현업과 시민사회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다.
대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상임고문을 맡았던 최씨가 어떤 인물인지 다시 들여다보자. 1992년 민자당 전국구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 이명박의 16년 정치상담역이자 멘토(정신적 후견인), 이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서울대 동기동창이자 50년 친구,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고문 중 고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6인회의’ 멤버로 이 후보의 전략과 홍보를 사실상 총괄했던 장본인이다.
우리는 이같은 경력의 최씨를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언론통제를 위한 거대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 독립성과 공정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자리에 누가 봐도 정파적 성향이 가장 뚜렷한 인물을 앉히려는 것은 국민과 언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토록 방송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했던 역대 정권에서도 방송위원장만큼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앉히지 않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출범 초에 서동구 씨가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에 언론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던 경력 때문에 KBS 사장 자리에서 1주일 만에 물러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조각 명단을 발표한 지 며칠 만에 장관 후보가 3명씩이나 사퇴하는 진통을 겪고도 역사의 교훈에서 배우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아직도 갖추지 못했단 말인가. 밀어붙이면 된다는 논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수 없다.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르면 방통위원장은 방송사 인허가와 임원 선출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방통위법에도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해 위원장 및 위원을 임명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는 전문성과도 거리가 멀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최씨가 주장하는 방송경험도 일천할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시대 매체환경에서 경험은 디지털매체환경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경력만으로 21세기 방송과 통신이 융합 진화하는 메가트렌드, 나아가 디지털패러다임을 소화하기는커녕 이해조차 어렵고 능동적인 미디어정책을 입안하고 이끌어갈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과연 디지털미디어의 전문용어조차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조차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혹자는 방통위원장에는 전문성보다 국민적 명망을 얻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는 국민적 명망은커녕 언론계의 명망도 얻지 못한 특정 선거 캠프의 좌장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할 요소가 가득한 방통위법을 제정한 데 이어 그 위원장에 최씨를 내정함으로써 더 이상 거리낄 것 없이 방송을 주무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방통위 체제와 향후 예상되는 공영방송 통폐합을 위한 국가기간방송사법 제정, MBC 민영화 등이 무엇을 위한 노림수인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국민의 방송이어야 할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자본의 노리개로 만들고 장기집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은 대통령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 차원에서 바라볼 문제는 결코 아니다. 방송의 문제이거나 방송기자, 방송사 PD와 기술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번 사안은 방송의 중립성이라는 민주주의 본령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에 방송, 신문을 떠나 모든 언론인들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987년 이후 켜켜이 쌓아온 방송 민주화의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20년전 어두운 시절로 언론자유의 물길을 되돌린 ‘언론 유린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즉각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내정을 철회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기자협회는 방송계, 언론노조등 언론 현업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하는 국민적 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다.
2008년 3월 3일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