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비리 폭로’ 사건 이후 KBS 정연주 사장의 거취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KBS는 당분간 ‘정연주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23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이전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노조 역시 20일 특보에서 사장 퇴진운동은 소모적인 방법이라며 벌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부담이 큰 정 사장 퇴진운동을 더 이상 밀어붙이기 보다는 오히려 퇴진 이후를 대비한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조합원 5백 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은 것도 한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 퇴진에 응답자 68.5%가 찬성(반대 25.5%)했으나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나온 83%보다 낮은 수치다. 노조는 이 조사에서 퇴진에 동의하는 응답자에게 퇴진 시기를 다시 물었는데, ‘즉각 퇴진’이 30%대, ‘수신료 문제 해결 후 퇴진’이 40%대, ‘법 개정 이후 퇴진’이 20%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산하면 응답자 중에서 즉각 퇴진을 바라는 사람은 20%대에 그친다.
KBS의 한 기자는 “내부 구성원들이 정 사장 문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외부의 퇴진 압력과 KBS 공격에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기자는 “정 사장이 사내에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세력의 명분과 정당성에 의심이 많이 간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 면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치적 오해를 우려하며 한나라당 등 퇴진을 주장하는 세력들과 선을 긋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 “KBS 노조가 수신료 인상과 정 사장 거취 문제를 놓고 물밑거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자 거세게 항의, 정정보도를 이끌어낸 것도 한 예다.
한나라당 등은 정 사장 퇴진 뿐 아니라 KBS의 인력 구조조정도 제기하고 있다. 조합원의 고용 안정이 급선무인 노조는 이들과 손을 잡을 수 없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더라도 당장 정 사장의 거취를 좌우하기는 어렵다. 현재 사장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은 KBS 이사회에 있으나 임기가 보장된 이사회를 해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들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현재로서는 국가기간방송법이 통과되거나, TV수신료가 인상돼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때 정 사장이 퇴진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연주 사장은 다음달 4일 사내 방송으로 KBS 창사 기념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다시 언급할 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