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진 지 10일이 지났다. 사건 초기 대서특필되던 언론 보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줄어들더니 차기 정부 첫 내각 명단이 지면을 독차지하던 19일 뚝 끊어졌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리는 ‘냄비근성’이 재현되고 있다. 기사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데 따른 것이지만 ‘문화 국치일’이라는 표제어까지 나온 터라 씁쓸하다.
본지가 인터뷰한 문화재 전문기자들은 숭례문 보도는 2005년 낙산사 화재처럼 요란을 떨다 썰물처럼 빠져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언론들이 숭례문 화재를 지나치게 사건사고 위주로 보도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경계를 나타냈다.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면서 정작 방제·보수·관리대책은 쉽게 넘기는 보도 행태도 지적했다. 사후대책을 꼼꼼히 챙기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도 주문했다.
△서울신문 서동철 문화재전문기자=수사가 끝나 관련자가 사법처리 되면 지면에서 사라지고, 국민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전형적인 사건사고 보도로 가고 있다. 숭례문 참사는 문화재 보호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 총체적 문제점의 핵심은 문화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식수준이라고 해도 좋다. 남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단계가 돼야 문화재는 제대로 보호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화재 보호에 대한 참여와 실천으로 한데 모을 수 있는 기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일보 이광표 문화재전문기자=2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루부르전’이 열렸다. 루부르전은 관람객들로 넘쳐나는데 상설전시실은 썰렁했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관람객들이 찾지 않더라. 자괴감이 들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 어떻게 보면 그것이 숭례문 화재를 초래했는지도 모른다. 언론은 문화재를 많이 알도록 도와줘야 한다. 문화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고, 즐겁고, 재미있는 대상이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 관심이 있어야 보존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연합뉴스 김태식 문화부 차장=지난 2005년 4월5일 낙산사가 불탔을 때 언론들은 대다수 문화재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인 방재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금 숭례문 보도도 그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건 초기만 호들갑을 떨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지속적인 보도가 나오면서 사회 여론을 환기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문화재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개방이 이번 사태를 가져왔다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한겨레21 노형석 문화팀장=‘큰 사고가 한 번씩 나야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문화재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자조적인 얘기다. 평소 문화재 행정이나 방재, 보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 사건이 나야 벌떼처럼 달려드는 우리 사회의 속성을 비꼬는 말들이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론들은 갑자기 문화재 애국자가 돼 관리부실을 질타하고 과실의 주체를 찾아 집중 공박하고 있다. 지나치게 사건사고 위주로 보도하면서 숭례문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놓치고 있다. 희생양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인력이나 예산을 거론하면서 성급하게 복원을 얘기한다. 비리를 찾아 터뜨리거나 최대 규모의 유물 발견 등에 한정됐던 그간의 문화재 보도도 짚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