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의 광고 거래로 번 돈으로 주는 성과상여금은 받을 수 없다는 서울신문 한 기자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광고를 위해 기사를 빼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내부에서 폭로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잖다. 동시에 시나브로 샐러리맨이 돼가고 있는 선후배 기자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서울신문 이세영 기자(지방자치부)는 지난 달 31일 사내 게시판에 ‘성과 상여금, 정중히 반납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기자는 “지난 수개월간 서울신문은 삼성이라는 초거대 권력이 연루된 범죄적 추문의 현장에서 애써 눈길을 돌려왔다. 마땅히 써야할 기사를 쓰지 못하는 기자들의 자기모멸과 열패감을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느냐”며 삼성 관련 기사가 축소되거나 빠진데 대해 항의했다.
이어 △출고를 마쳐 조판을 기다리던 문화면 머리기사가 광고주 삼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쓰레기통에 쑤셔 박히고 △모든 경쟁지가 비중 있게 보도한 검찰 발 삼성 기사가 회사 고위층의 지시로 누락되고 △삼성이 관련된 기사제목을 ‘소프트하게’ 뽑아달라는 광고국 간부의 전화가 수시로 편집기자 앞에 걸려왔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의 글이 1백80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동료인 이재훈 기자(사회부)가 관련 문제에 동조하는 글을 올리자 경영진은 해당 게시판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게시판을 폐쇄한 이후 뒤늦게 포상징계위원회를 열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삭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사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경영진은 게시판을 다시 복구했다. 그러나 삼성 기사가 빠진데 대한 비판과 게시판 삭제에 대한 항의 글은 올라오는 즉시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박종선 부사장은 지난 4일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글의 내용이 ‘서울신문사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많다고 판단하고 게시판 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신문 기자 30여명은 같은 날 저녁 모임을 갖고 편집국 내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신문이 만들어지고, 기사가 일방적으로 삭제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데 공감하고 노조와 기자협회 지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기로 했다.
서울신문 노조 관계자는 “삼성 기사 문제 등은 기협과 노조를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는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