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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9회 한국기자상에서 "'로드킬' 견공들의 항의"로 사진부문 상을 수상한 매일신문 박노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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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몸 담은지 20년째다. 그동안 특종다운 특종을 한번 하지 못한 터라 선·후배 대하기가 민망했는데 ‘한국기자상’ 본상 소식을 접하니 너무 기쁘다. 밤낚시에 나섰다 새벽녘에 대물을 낚은 느낌이다. 내 작품에 손을 들어 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또 내 사진을 통해 마음의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동물을 학대하거나 애완동물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작품은 행운이 따랐다. 능력이 없었던지 아니면 운이 없었던지 평범한 기자생활을 하던 내게 행운이 온 것은 항상 사진물에 쫓기는 ‘보조 데스크’로서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유기견’. 어느 날 출근과 함께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그 날 바로 데스크에 보고하고 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1주일의 시간이 그냥 흘러갔다.
흐지부지 취재를 포기하려고 할 때 쯤 사고 현장에서 주인공들과 부닥쳤다. 차에서 급하게 내려 셔터를 눌렀지만 파인더를 통해 보여진 ‘그림’은 별로였다. 그러던 순간 지나가는 차량 너머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사고(로드 킬)가 발생한 것이었다. 길을 건너던 강아지가 차량을 보고 뒤쪽으로 피한다는 것이 오히려 운전자에게 사고의 빌미를 준 것 같았다. 문제는 사고 이후에 나타났다. 끔찍한 사고를 지켜본 동료 강아지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뭔가 ‘감’이 왔다. 퀭하니 초점 잃은 눈동자, 함께 있던 동료 강아지에게서 슬픈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잠시 후 주위에 강아지들이 몰려들고 그리고 한 마리가 달리는 차량에 달려드는가 싶더니 곧이어 모두가 합심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행동은 동물의 본능이라기보다 의도된 행동이었다. 동료 강아지가 죽은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가온 사고와 강아지들의 항의.
사실 마감을 끝낸 뒤에도 이 것이 커다란 반응을 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괜찮은 사진이다’라는 느낌만 가졌을 뿐이다. 신문이 쇄출된 그날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사진이 뜨면서 격려 전화와 항의 전화(항의는 대부분 강아지를 구출하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는...)메일, 그리고 댓글이 줄을 이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를 비난하고 유기견 문제를 꼬집었다. 심지어 취재 보도가 본업인 기자를 욕하는 독자도 상당수였다. 특종이었다. 모두가 유기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 나 역시 특종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기쁨을 뒤로한 채 심호흡을 해야했다. 독자들의 슬픈 감정과 강아지의 촉촉한 눈망울이 오랫동안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