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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민의 상식 담아내야"

SBS 윤창현 기자

민왕기 기자  2008.02.04 11: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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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월 중순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전직 교수의 화살에 맞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법조계와 언론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여론은 외형적 폭력의 피해자인 부장판사보다 가해자인 전직교수 김명호씨를 옹호하는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취재진은 극에 달한 사법 불신의 원인을 이 사건을 통해 비춰보기로 했다.

취재진은 석궁테러 사건의 빌미가 된 김명호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 사건과 관련한 판결문을 거의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읽고 또 읽어 봤다. 대부분 김 교수의 인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성균관대 측의 증거와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관적 잣대에 의해 얼마든지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의 인격이 어떻게 법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몇몇 증거의 내용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취재팀은 법정 증거를 통해 김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돼 있는 당시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판결문에 실명이 거론된 몇몇 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판결문에 자신의 이름이 인용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한 증거로 인용된 문서는 본 적 조차 없다는 증언과 함께 자신들은 서명한 적도 없다는 제자들도 있었다.

법원이 판결의 근거로 내세우며 채택한 증거의 효력이 뿌리째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거짓과 부정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진실과 정의를 대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 이후 많은 시청자들은 그동안 우리사회의 마지막 성역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자신의 판결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사법 권력의 개혁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격려 전화와 메일을 보내 주셨다.

지난 해 10월 판사 상해 혐의로 기소된 김명호 전 교수는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현저히 증대됐다’게 재판부가 밝힌 중형 선고 이유다. 과연 ‘사법부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현저히 증대’시킨 것이 김명호 전 교수의 행위일까? 아니면 방송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사법판단일까? 재판부에 다시 한번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한 지인은 기자에게 ‘김명호 교수가 세상과 소통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외골수 같은 성격에 생업을 내던진 채 10년 넘게 거대 사법 권력에 맞서 온 것만 봐도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적당한 타협과 진실에 대한 외면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김명호 교수의 ‘소통’ 실패는 곧 우리 사법제도, 나아가 우리 사회공동체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사법제도가 권력과 자본의 그늘에서 벗어나 시민의 상식을 담아내고 실체적 진실과 법적 진실의 간극을 최대한 좁혀 내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김명호 교수 사건은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든든한 믿음과 동료애로 지켜봐주신 SBS 선후배들께 깊은 감사와 함께 한국 기자상의 영광을 돌린다.



   
 
  ▲ 제39회 한국기자상에서 "전직교수 김명호, 그는 왜 法을 쐈나"로 기획보도부분 상을 수상한 SBS 김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