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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참사,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KBS순천(광주) 임병수기자

민왕기 기자  2008.02.04 11: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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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1일이면 여수출입국사무소에 불이난 지 1년이 된다. 일요일 새벽이었다. 새벽 불길은 외국인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7명의 몸과 마음에는 평생 멍에인 큰 상처가 남았다.

이중 쇠창살 속 검게 타버린 보호소는 참혹했다. 60여명의 외국인들은 그 속에서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건 분명 참사였다. 7개월 남짓 떠난 자와 살아남은 자, 또 남겨진 가족과 그 동료들 곁을 맴돌며 취재를 했다. 이란 청년 유세비와 중국에서 온 서뢰에 대한 기억이 가장 또렷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그 이름을 잊었지만 그들은 불길에서 살아남은 대가로 가혹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함께 병원을 오가며 꿈 많았던 그들이 정신적 공황상태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단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그들은 아직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프로그램이 ‘여수참사 200일의 기록’이다.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를 흘러간 사건이 아닌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 사건을 기본 틀로 우리 사회 외국인 노동자와 그들의 인권문제를 뜯어보고 다시 꿰맞춰보고 싶어 제작에 뛰어들었다.

처음 생각과 달리 취재의 덩치는 자꾸만 커져갔다. 곳곳에 이야기가 있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외국인과 관련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많다는 뜻일 것이다. 결국 마지막 편집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50분짜리 그릇에 담느라 뼈대만 추려내고 나머지는 버려야 했다.

우리의 뼈대는 결국 ‘인권’ 이었다. 최소한 국가기관이 개입해 법을 집행하는 순간부터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스키폴 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을 어떻게 처리했고 또 우리나라 못지않게 불법체류자 단속에 엄격한 독일의 보호소 현실은 어떤 지도 취재했다.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달랐고, 그 차이는 결국 인권에 대한 시각차였고 여수참사의 불씨였다.

지난해 ‘외국인 백만 명 시대’라는 구호가 뜨거웠다. ‘다문화 사회’라는 말은 이제 흔히 쓰인다. 함께 살아가는데 ‘여수참사 200일의 기록’ 이라는 이 프로그램이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몇 달 동안 자리를 비웠다. 한 사람이 아쉬운 지역국 현실에서 묵묵히 내 몫까지 감당하며 지켜봐준 KBS순천방송국 드림팀(우리는 우리팀을 그렇게 부른다)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 제39회 한국기자상에서 "여수참사, 200일의 기록"으로 지역기획보도부분 상을 수상한 KBS순천의 임병수 기자와 서재덕 기자(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