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괴소문에 시달리던 나훈아가 기자회견을 했다. 내겐 괴소문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의 회견내용이 참인지, 거짓인 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회견내용에는 울림이 있었던 것 만큼은 분명하다.
나훈아는 자신을 둘러싼 괴소문을 다뤘던 언론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만약 ‘나는 다른 사람이 썼기 때문에 좇아 쓴 것 뿐이야’라고 하면 방조자다. ‘나는 한 줄도 안 썼어’라면 방관자다.” 억울함과 독기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표현이었다.
만 13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어쩌면 나는 대부분 방조자이거나 방관자였을 것이다. 틀린 줄 알면서도 다른 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좇아 쓴 적도 있었고, 옳은 줄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안 썼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하기도 했지만 시간은 그 부끄러움도 닳게 했다.
지난해 말 이달의 기자상 수상 소식에 이어 한국기자상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솔직히 기뻤다. 동료, 선후배들이 “평생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타기 어려운 상”이라고 축하와 격려를 해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동시에 부끄러웠다. 방조자이거나 방관자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 상은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장’과 같다.
함께 취재하고 기사를 썼던 동료,후배기자들에 대한 고마움은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후 썼던 취재후기와 동일하다.
함께 경제부를 출입하며 이 내용을 처음 듣고, 사실확인에 앞장섰던 노형일 기자는 이번 수상의 일등공신이다. 사회부 송충원 기자와 정치부 한종구 기자의 도움과 지원이 없었다면 그 기사를 그렇게 자신있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타이어 근로자 연쇄사망’ 특종보도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첫 보도 이후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추가로 확인해 기사화 했던 다른 매체의 기자들도 한국기자상 수상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나처럼 방조자나 방관자는 아니었다.
나훈아는 자신의 40년 노래인생 성공비결을 약속과 진실, 꿈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나는 꿈을 파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성공한 기자들의 원칙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내가 팔 꿈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앞으로 기자생활에서의 숙제가 될 것 같다.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 뿐 아니라 대기업과 관련된 구설수가 유독 많았다. 대기업들도 약속과 진실, 꿈을 기업운영의 원칙으로 삼아도 될 듯 싶다. 근로자와 소비자들에게 약속과 진실을 지키고, ‘꿈’을 판다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한국타이어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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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9회 한국기자상에서 "'죽음의 공장' 한국 타이어 근로자 연쇄사망보도"로 지역취재보도부문 상을 수상한 대전일보 김형석기자, 노형일 기자, 송충원 기자, 한종구 기자(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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