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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언론 길들이기 안된다' 공감

한겨레·경향 살리기 의미와 과제

김성후 기자  2008.01.30 13: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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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권력의 횡포 견제하는 언론 지키기 운동 점화
비판기조 지속여부 캠페인 성패 좌우


한겨레 29일자 10면 하단 생활광고란에는 어김없이 격려광고가 실렸다. 지난 24일 시작된 한겨레에 대한 독자들의 지지광고는 5일째, 매일 1~2개씩 실리고 있다. “언론의 양심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한겨례·경향은 진실의 힘을 보여주세요”라는 격려성 문구들이다. “독자들의 문의가 꾸준하다”는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의 말로 미뤄 이런 격려광고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격려광고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에 항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동시에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진형 간사는 “자본권력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언론을 내 손으로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동아 백지광고와 비교돼
한겨레에 대한 격려광고는 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동아는 1974년 12월26일자 신문 8개면 가운데 4개면에 광고를 싣지 못하고 자사 광고나 백지광고(흰 여백의 공란)를 내보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광고주에게 광고를 중단 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그 결과 대규모 광고 해약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기자들이 같은 해 10월24일 ‘자유언론 실천대회’를 갖고 반 유신 시위나 반체제 활동을 기사화한데 대한 독재정권의 보복이었다. 이후 동아일보 백지광고 지면은 코흘리개에서 꼬부랑 늙은이에 이르는 독자들의 격려광고로 메워졌지만 약 4개월 후 동아일보 사측에서 무더기 정리 해고를 단행하면서 백지광고 사태는 일단락됐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한겨레·경향에 대한 격려광고의 연관성을 기계적으로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탄압 주체가 정치권력에서 삼성이라는 자본권력으로 바뀌었고, 사회 경제적 상황 또한 30여 년 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을 광고로 길들이려는 기제는 여전히, 굳건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 지면엔 삼성 광고가 사라진 반면 축소·왜곡 보도한 대다수 신문 지면엔 삼성 광고가 계속 실리는 것은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릴레이 응원 광고 싣기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3일 한겨레 2면 하단 의견광고 게재를 시작으로 ‘한겨레·경향 살리기 캠페인’에 나섰다. 광고를 무기 삼아 비판언론을 손보는 삼성의 언론 통제가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이들 단체는 30일 한겨레와 경향에 동시에 의견 광고를 싣고 2월에는 후원금을 모아서 한겨레와 경향의 생활광고란에 릴레이 형식으로 ‘응원 광고’를 싣기로 했다.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한겨레·경향 독자 늘리기 캠페인도 검토 중이다. 민언련 박진형 간사는 “캠페인에 공감하며 성금을 보내오는 시민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면서 “미약하지만 점점 더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 캠페인이 지속되고 확산될 수 있을지 여부다. 한겨레에 대한 격려광고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고, 한겨레·경향 살리기 캠페인 또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수입의 90%를 광고에 의존하는 한국 신문의 비정상적 구조에서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의 경우 전체 광고의 15% 정도가 삼성 광고로 추정된다. 한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삼성, 한겨레 ‘왕따 작전’(?)
삼성의 광고 중단은 두 신문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결되고 있다. 3개월째 광고가 중단된 상황에서 광고 재개여부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이 구성원들 사이에 조금씩 퍼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특검 수사가 끝나는 4월말까지 광고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사과 광고도 실리지 않은 한겨레는 더욱 심각하다. 광고 수입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릴지 불투명하다. “먹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야 싸울 힘도 있다”는 한겨레 한 관계자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는 고차원적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한겨레·경향 분리대응 전략’이다. 삼성은 경향에 삼성병원 광고(12일), 삼성중공업 사과 광고(22일)를 잇달아 실었다. 경향 입장에서 삼성이 싣겠다고 하는데 싣지 말라고 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지만 일각에서는 경향에 대한 광고 재개를 삼성의 분리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삼성 입장에서 상대자가 복수가 되면 어렵다. 하나를 꺾고, 남은 곳에 집중한다는 분리전략으로, 삼성에 우호적이면 광고를 줄 수도 있다는 미끼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