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목 호텔신라 사장이 소환되던 지난 18일, 삼성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 빌딩. 빌딩 주변은 물론이고 주차장, 로비, 승강기 등 사람의 노출이 쉽게 포착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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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삼성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 빌딩내 기자실에서 각 언론사 법조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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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휴대폰 통화를 하고, 사진기를 만지작거리고, TV 카메라의 위치를 조정하고, 승강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삼성 관계자들의 줄소환에 대비했다. 로비를 서성이거나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도 누군가 건물 안으로 들어올라치면 눈을 번뜩이며,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했다.
승강기에서 8일째 ‘뻗치기’를 하고 있다는 MBC의 한 기자는 “누가 소환됐는지 알 수 있고, 오가는 특검수사관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승강기를 지키고 있다”면서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1백5일간 이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취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이른바 ‘쌍끌이 특검’이 시작되면서 각 언론사 법조기자들은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도곡당 땅 차명보유 의혹,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 전군표 전 국세청장 금품 수뢰,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 등 지난해 가을께부터 쏟아져 나온 굵직한 의혹 사건들을 취재하느라 날 밤을 새우다시피 하던 이들에게 쌍끌이특검은 혹독한 시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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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삼성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 빌딩내 기자실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들. 피곤한 기색에 잠든 기자들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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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새해 벽두부터 쌍끌이특검이 나오면서 법조기자들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기자들은 매일 새벽별을 보고 집에서 나와 자정께 퇴근한다. 야근에 걸리면 시내판이 마감될 때까지 특검사무실에서 대기한다. 연일 강행군의 연속이다. 몸에 한계를 느낄 때도 됐건만 그런 사실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 입 밖에 낼 일이 못된다. 문화일보 법조팀 한 기자는 “힘들다는 하소연을 토해낼 시간도, 간단한 휴식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특검 수사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데다 사안 또한 메가톤급이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취재 인원이 필요하다. 평소 중앙언론사 법조팀은 4~5명에서 많게는 10명 정도. 쌍끌이 특검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른바 ‘용병’ 또는 ‘리베로’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부분 기존 법조팀 외에 사건기자와 수습기자 4~5명씩을 추가로 배치했다. 방송사는 사안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중계가 가능하도록 텔레비전 중계차까지 동원하고 있다.
경향신문 법조팀 한 기자는 “평상시에도 힘이 부친 법조의 구조에 대형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정말 쌍코피가 터질 지경이지만 모든 것을 법조기자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현장을 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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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 빌딩내 비치된 기자실 화이트보드 게시판. 알림 내용이 날림 글씨로 적혀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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