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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안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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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새벽 3시20분 알람시간을 10분여 앞두고 눈을 떴다. 전날 부장한테 전화를 통해 받은 지시사항이 머리에 맴돌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선언 D-day, 오후 2시에 발표 예정이라 석간 마감에 전혀 관계가 없어 답답해하는 부장의 걱정 섞인 목소리.
석간 마감을 해야 하니까 새벽에 이 전 총재 집 앞에 가서 마감시간까지 긴장 놓지 말고 지켜보고 며칠째 은둔 중이나 내일쯤은 집에 들를 가능성이 있으니 신경 쓰라는 낮지만 엄중한 부장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이불을 걷어내는 일이 너무 힘든 7일 새벽 그렇게 나는 이 전 총재의 집 앞으로 향했다.
이 전 총재가 왔을까? 그러면 오늘 1면은 걱정 없는데… 당원들과 몸싸움이라도 나면 제대로 한 건 올릴 텐데…. 그런데 이 전 총재의 집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많이 낯이 익은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 명박, 처음엔 잘 못 본줄 알았다. 뭐지? 저 양반이 왜 여기에 있지?
그리고 초조해 하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변을 살피는 이 명박 후보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쓴 웃음을 짓는다. ‘아무도 없다 그래서 왔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는 이 후보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당황한 듯 카메라를 요리조리 피하는 이 후보를 향해 카메라 후래쉬를 쉼 없이 터트렸다. 그만 좀 하라는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는 이 후보에게 저도 지지자의 한 사람이라며 상황 무마용 멘트도 날렸다.
그때까지 몰랐다. 나 혼자라는 사실을…. 이 후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전 총재 집으로 올라갈려다 경비에게 끌려 나오고 보좌관들에게 제지당하며 때론 웃고 때론 소리치고, 화내고 그렇게 천년 같은 시간이 흘렀는데 이 후보에게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차창을 내리고 “나 갈께. 담에 또 봐. 오늘 수고 했어”라는 이 후보의 격려 아닌 격려를 듣고 돌아서기 까지 그 현장이 나만을 위한 현장이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타사 사진기자들의 축하 전화를 받고서야, 중앙 종합지와 지방지의 빗발치는 사진제공 협조 요청을 받고서야 알 수 있었다. 사진부가 한 건 올린 것이다. 나는 그저 그 시간에 공교롭게도 그 장소에 있었던 것 뿐이다. 전날 데스크진의 시기적절한 판단과 결단으로 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현장에 충실하는 사진기자로 내 자신에게 모범을 보이는 그런 기자로 남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