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조중동문'찬성'vs 경향·한겨레'반대'

사설로 본 신문법 존폐 논쟁

민왕기 기자  2008.01.16 14:44:00

기사프린트

신문법 존폐 여부를 놓고 각 언론사들이 사설을 통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인 언론사 이름을 거명한 사설도 눈에 띈다.

지난 8일 인수위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의 대체입법 추진을 거론하자 조선 중앙 동아는 적극 찬성, 한국은 비판적 찬성, 한겨레와 경향은 적극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런 입장차는 현 정부가 추진한 신문법에 대한 인식차로 집약된다.

먼저 조선은 현 신문법을 ‘신문 악법(惡法)’ ‘군사독재보다도 못한 천박한 발상’이라고 규정했고 중앙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표적 입법’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경향은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한겨레는 ‘폐지할 게 아니라 더 강화해야 할 법률’이라며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현 신문법의 신문·방송 겸영 규제,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 등 정부 지원책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동아 중앙 등은 이를 ‘언론 통제 조항’으로, 경향 한겨레 등은 ‘공익성과 여론 다양성을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은 7일 사설 ‘신문 악법 폐지 신속할수록 좋다’는 사설에서 신발위와 신문유통원을 정조준했다. 신문·방송 겸영은 거론하지 않았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신문사 경영자료를 옥상 옥인 신문발전위에 중복 신고토록 의무화하고, 국민 세금을 특정 언론사들에 지원하고 역시 세금으로 특정 신문 배달을 해주는 반민주적 조항들이 수두룩하다”며 “신문법은 당장 폐기하고 친정권 인사들의 밥벌이나 시켜주며 국민 세금을 낭비해 왔던 신문발전위와 신문유통원은 즉시 문을 닫게 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중앙은 9일 사설 ‘신문법 폐지는 당연하다’는 사설에서 “시장 점유율 60%가 넘는 상위 3개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버린 신문법 조항이 대표적 (독소조항의) 예”라며 “(새 신문법은) 신문·방송·통신·인터넷의 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 맞추는 것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경향 한겨레 등 다수 언론들은 신문법 폐지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불공정 거래로 혼탁한 신문시장 상황과 독과점 구조가 그 이유다. 신문·방송 겸영으로 인한 독과점 심화, 다양한 언론의 고사 위험,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언론으로의 개편이 가시화될 소지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선은 “신문법의 대체 입법은 신문사 등록 절차와 발행 요건 등만 최소한으로 규정하는 절차법으로 족하다”고 주장했다. 신문업을 전적으로 시장 자율에 맞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향과 한겨레 등 대다수 언론들은 한국 신문시장의 특성상 합리적인 규제가 절실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경향은 9일 ‘신문법 대체입법, 어떤 방향이어야 하나’라는 사설에서 “이런 규제 속에서도 거대 신문들은 경품, 무가지의 무차별 살포를 멈추지 않았다”며 “(인위적 규제를 하지 말라는 주장은) 신문의 다양성과 공공성이 지켜지고 불공정거래 행위가 뿌리뽑힌다는 조건 아래서다”고 질타했다.

한겨레도 9일 ‘뭘 노리고 신문법 폐지하려 드나’라는 사설에서 “우리나라 신문업계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구축된 독과점 구조가 그대로 온존돼 여론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새정부는 신문법 폐지를 거론하기에 앞서 잘못된 기존 질서를 바로잡을 근본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구지역 유력일간지인 매일신문도 “거대 자본을 동원한 ‘자전거’ ‘상품권’ 판촉 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지방신문의 현실”이라며 “지방에서 중앙지의 과당 경쟁과 독과점을 막는 세밀한 검토가 입법과정에서 따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한국의 신문시장은 기형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앙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07년 전국 신문판매시장 실태파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경품을 제공받은 독자가 34.7%, 무료구독을 하고 있는 독자가 62.2% 였다.

규제 없이 시장자율에만 맡긴다면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이유로 조중동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불도저식 신문법 개폐가 아니라 한국 언론상황에 맞는 철저한 의견 수렴과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특정 언론의 ‘공룡화’가 언론 공공성에 미칠 악영향과 다양한 여론의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