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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권력, 언론 길들이기?

삼성, 광고 중단 지속…경향·한겨레 "굴하지 않겠다"

김성후 기자  2008.01.09 13: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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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삼성 광고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지면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0월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이후 두 달째 삼성 광고가 없다. 삼성 측의 광고 재개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두 신문의 의지는 결연하다. ‘비판언론 길들이기’로 규정하고 진실 보도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자금 보도가 있기 전 심심찮게 보이던 삼성 광고는 삼성 관련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홀연히 사라졌다. 반면 비자금 조성 의혹을 축소·왜곡 보도한 대다수 신문 지면엔 삼성 광고가 계속 실리고 있다.

때문에 언론계에선 비판 언론에 대한 ‘광고 보복’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고를 통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정치권력이 아닌 자본권력이 언론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광고 사태는 한겨레 새 대표이사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정도다. 전체 광고매출의 10%를 웃도는 현실에서 삼성의 광고 미집행은 한겨레의 당면 현안이다.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한겨레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말을 안 듣는 신문은 재미없다는 메시지를 두 신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면서 “재정기반이 취약한 신문업계는 갈수록 자본의 광고비 집행에 휘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정치권력에 의한 통제보다는 자본권력에 의한 통제가 더 무서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면서 “삼성의 광고 중단 사건은 돈을 쥔 자가 언론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대표는 “언론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광고비를 통한 압박”이라며 “경향과 한겨레에 대한 광고 중단은 세련되지 못한, 가장 저급한 압박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편집국 한 고위간부는 “광고를 지렛대로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 이미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구 한겨레 편집국장은 “비판기사가 나간 뒤 광고를 중단한 것은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신종 언론탄압”이라며 “기사가 잘못됐다면 소송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되는데 광고를 중단한 것은 돈으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삼성은 자사를 비판하는 신문에 광고를 냄으로써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면서 “입맛에 맞고 아부하는 신문들만 광고를 주는 것은 전형적인 언론 길들이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