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이 빚은 개인화, 파편화 경향이 신문사 노조에도 불고 있다. 한때 편집권 독립의 기틀을 마련하고 언론 민주화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신문사 노조는 주축이던 기자들이 참여를 주저하면서 퇴보하고 있다.
치열하게 맞붙었던 노조위원장 선거는 그 열기가 식은 지 오래다. 최근엔 출마자가 없어 위원장 선거를 여러 차례 연기하기도 한다. 밑바닥엔 기자들의 노조에 대한 무관심이 자리한다. 신문사 안에서 편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런 현상은 신문사 노조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끝난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위원장, 부위원장, 회계감사 등 집행부가 모두 비편집국 출신이었다. 20대를 이어온 서울신문 노조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현 집행부가 편집국 기자 여러 명에게 출마를 권유했는데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는 후문이다.
‘해봤자 득 될게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노조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이 경력 관리에 도움이 안 되는데다 조합 활동 과정에서 경영진에게 밉보이면 인사상 불이익도 우려된다. 서울신문 노조 관계자는 “노조 일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면서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는 기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위원장, 사무국장 모두 비편집국 출신이다. 1988년 노조 출범 이후 비편집국 출신 노조 집행부는 처음이지만 이들이 경향 노조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향 노조는 전임 위원장이 구조조정 합의 파문으로 지난 5월 중도하차한 뒤 직무대행 체제를 꾸렸다. 그러나 직무대행 체제도 한 달을 가지 못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6월 말 19대 노조가 출범했다. 19대 노조도 출범 후 두 달이 넘도록 지원자가 없어 사무국장을 인선하지 못하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경향 노조 관계자는 “열악한 근무환경 등 내부 사정이 기자들의 무관심을 불러오고, 그것이 신문사 노조의 쇠퇴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기사로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얘기하면서 한편으론 신문사 내부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최초의 노조인 한국일보 노조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1백80여명의 편집국 기자 가운데 5~6명만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편집국 기자들은 지난 2000년 편집국 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면서 노조에서 대거 탈퇴했다. 기자들은 이후 ‘기자협회의’를 만들어 경영진과 따로 임금협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임의단체의 성격상 파업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없어 경영진이 임금인상안을 거부해도 제어할 수단이 없다. 기자협의회에서 자사 지면의 편파성과 왜곡성을 지적해도 경영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자들을 중심으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기조 노조에 재가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기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기자들이 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를 꺼리거나 노조에 무관심하면서 편집국에 대한 감시·감독도 얇아지고 있다”면서 “임금이나 근로여건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기자들이 미래지향적으로 노조를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