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상 최악의 해양 기름 유출 사고인 태안 앞바다 유조선 충돌 사건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는 사건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서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일어난 12월7일부터 14일까지 KBS, MBC, SBS의 저녁 종합뉴스에서 사고의 원인을 보도한 꼭지수는 KBS 6개, SBS 5개, MBC 1개에 그쳤다.
그것도 대부분 당국의 발표를 받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유조선을 들이받은 예인선이 삼성중공업 소유라는 사실은 SBS만 유일하게 보도했다. 다른 방송사는 ‘예인선’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삼성 소유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SBS는 해양수산청과 삼성중공업 측을 취재해 ‘원인 놓고 네 탓 공방’이라는 리포트를 보도했다. 그러나 단순 공방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추적 취재가 아쉬웠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난 예방 방안을 다룬 것 역시 부족했다. 1999년 3백89건에서 2004년 1천4백62건으로 급증하고 있는 해양사고의 방지 대책, 방제시스템 정비를 보도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른 해당 기업의 책임을 제기하는 보도 역시 없었다. 녹색연합, 환경정의,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50여 개 시민단체는 17일 정부 세종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고를 낸 기업들이 국민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방송 3사는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3사는 보도의 대부분을 피해·방재 상황에 할애했다. KBS는 전체 55꼭지 가운데 37개, MBC는 49개 중 32개, SBS는 46개 중 33개였다. 재난방송 보도에서는 피해 상황보다는 방제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피해 확산을 막으려면 방제 작업에 대한 체계적인 보도가 필수적이나, 방송 보도는 대부분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당국이 사고 초기 기름이 해안까지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표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 보도, 결국 13시간 만에 오염됐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후 당국의 허술한 예측을 비판했으나 사전 검증 능력은 부족했다는 평이다.
해양오염사고에서는 파도의 높이, 바람의 방향 및 세기 등을 예측하는 기상청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점검 보도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 2차 오염을 부를 수 있는 구호장비 재활용 문제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방송 3사의 재난방송 전문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피재자의 동정을 보도하면서 자극적인 접근을 하기도 했다. MBC는 13일 ‘풍랑 속 방제 사투’에서 방제작업을 하다가 발을 구르며 통곡하는 주민의 모습을 내보냈다. 재난방송에서 고통과 비탄에 젖어있는 피재자 장면의 자료 사용은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원봉사자 보도는 단순 사실 전달에 그쳤으며 부족한 봉사자나 구호 자원에 대한 안내는 뒤늦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관련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나 방송에서 사고 초기부터 자원봉사자나 구호물품이 효율적으로 분배되기 위한 신속한 안내 보도가 아쉬웠다는 평이다.
선문대 이연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일본은 지진이 날 경우 20초마다 자막방송이 나가는 데 비해 우리 언론의 재난 정보 전달 시스템이 너무 늦다”며 “재난보도 준칙의 현실화와 이행을 강제하도록 방송위원회의 감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