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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휘둘리고, 정당 눈치보고"

방송위 졸속·파행운영 비판 목소리

곽선미 기자  2007.12.20 1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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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송위원회는 IPTV법안 통과 등 방송계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했다. 하지만 현안마다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방송심의위의 결정 번복,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확대 허용 문제, 공익채널 선정과 보도채널 선정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올 초에는 강동순 방송위원의 부적절한 처신이 비판을 불러왔으며 한미FTA 문건이 유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3기 방송위가 올 한해 ‘졸속’으로 운영됐다는 방송계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방송위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최근 일주일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지난 12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낸 재심청구 심사에서 당초 ‘주의’결정을 취소했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확대 허용 논의는 실종됐다. 조창현 위원장은 공청회·간담회 등을 열어 추가 여론수렴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 방송위 내부에서는 “지상파 중간광고는 올해 안에는 힘들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한 방송위원은 “차기 정부에서 재논의 될 듯”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위성디지털미디어방송(DMB)의 MBC 재전송 승인도 4개월 동안 지지부진하다, 지난 5일에 이르러서야 허용됐다. 위성DMB의 사업자인 TU미디어는 지난 7월 초 MBC와 지상파 재전송 계약을 체결하고 방송위에 승인 신청을 했다. 그 사이 위성DMB 사업자들은 2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TU 미디어는 올해 말이면 2천7백억원의 누적적자가 쌓인다.

보도채널 허용 과정에서 CBS와 한경WOW TV를 제외한 것도 논란이다. 방송위는 지난달 22일 국공영채널 4개만 보도를 허용해주면서 이들의 반발을 샀다. EBS의 교육영역 보도 허가도 거센 반발을 거친 뒤 이뤄졌다. 아리랑TV의 공익채널 제외 건도 숙제로 남았다. IPTV법안은 가까스로 국회 임시국회에 올라있는 상태지만 세부 법안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기자는 “정치 때문에 좌고우면한 측면이 가장 크다”면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방송위를 구성하고 있지 못하다. 학자, 연구원들도 방송위가 원하는 내용만을 취하는 등 제대로 된 비판과 현안 설정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대 한진만 교수(신문방송학과·한국방송학회장)는 “과거 방송위는 분야별로 전문 회의가 진행됐었다”며 “그러나 현 3기는 전체회의에서 모든 것이 결정, 능률도 오르지 않고 특별 집단이나 이익에 심각히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방송위원 개개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올 초 강동순 상임위원의 특정정당을 지지한 ‘녹취록 파문’은 상반기 내내 도마에 올랐다. 최민희 부위원장도 두 차례 홍역을 치렀다. 최민희 부위원장은 최근 지상파 중간광고 확대 허용과 관련해 과거 시민운동가일 때와는 정반대 논리를 폈다. 4월경에는 최 부위원장이 FTA 문건을 유출했다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조직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언론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현 방송위는 2기 때와 달리, 최고 대표자가 책임있는 행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매체권력이나 자본권력에 휘둘리거나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 자신을 추천해준 정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결국 ‘무소신 무능력 정책지체’로 갈무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만 교수는 “대표성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 자리 나눠 갖기가 행해지다보니,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어떤 취지와 원칙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융합기구 논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방송위의 기능과 전문성에 대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민간 독립기구로서 취지는 좋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라든지 세력 간 다툼에 흔들리지 않는 공적 기구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며 “방통융합기구 논의에 앞서 방송위원회의 역량과 기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