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방송계에 현실로 찾아온 한해였다. 시대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몸부림이 내내 격렬했다.
기술의 발전상으로만 조명되던 IPTV의 등장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안’은 11월 국회 방통특위를 통과해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IPTV는 내년 중반 이후 상용화될 전망이다. 수백 개 채널을 시청자의 필요에 따라 찾아 볼 수 있는 신 개념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유료방송에 가입해 있는 게 현실이다.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은 방송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유료방송의 활성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방송 산업의 외연 확대·활성화의 이면에 방송의 상업화, 계층 간 정보 격차의 확대가 똬리를 틀고 있다. 과연 보편적 무료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의 살길이 무엇인지 고민이 집중됐다.
한 해 내내 논쟁이 됐던 TV수신료 인상 문제는 비단 KBS만의 화두가 아니었다. 공영방송의 제길 찾기를 위한 고민이었다. KBS는 지난 7월 임시이사회를 열어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회 상정까지는 4개월이 걸렸다. 인상안의 처리는 내년 2월 임시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대통령 선거라는 이벤트 아래서 수신료 인상안은 정치적 논쟁이 됐다. 한나라당은 KBS의 보도 공정성과 경영 투명성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KBS 측과 대통합민주신당 등은 공영방송의 강화라는 명분 아래 연내 처리를 추진했다. 결국 국회 상정으로 만족해야 했다.
중간광고 확대 결정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위원회는 11월 스포츠 중계 등에 제한해서 허용했던 중간광고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결정했다. 당장 케이블TV·신문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시청자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잇달았다. 그러나 2012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따른 막대한 디지털 전환 비용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나날이 하락하는 지상파 방송의 위상과 무료보편적 서비스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논란의 대상으로 남았다.
MMS(멀티모드서비스)의 도입 등을 포함한 디지털전환특별법, 기구통합법은 결국 표류하는 신세에 놓였다.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전망 속에 방통특위는 대선에 따른 각 당의 이해 속에 방송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법안을 서랍 속에 잠재웠다. KBS는 MMS 도입에 가장 관심을 보여 내년부터 재난방송을 중심으로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MBC도 MMS 도입에 본격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MMS는 유료방송의 득세 속에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무료방송서비스강화협의회(의장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 이하 무강협)를 구성, 조속한 MMS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방송위원회와 지상파방송사들은 유독 MMS도입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공공기관법 개정도 같은 궤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3월 통합민주신당 전병헌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법 일부 개정안’이 11월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KBS와 EBS는 공공기관법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공기관법이 논의가 되면서부터 언론단체들은 “기획예산처가 앞장서 공영방송을 행정부 손아귀에 넣으려는 음모”라며 질타했다. 이번 법의 제정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보장됐다며 언론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공성의 논쟁은 지역 민방으로 이어졌다. 지역민방은 열악한 노동 및 방송 환경으로 끊임없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전주방송 언론노동자들은 삭발과 파업으로 대항했다. 지상파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앞세운 노조와 경영의 효율화를 강조한 경영진의 갈등은 지역방송의 정체성 문제로 이어졌다. 방송위원회가 강원민방과 전주방송의 재허가를 청문에 넘긴 것은 예상된 귀결이었다. 두 방송은 조건부 재허가로 파국은 피했으나 지역민방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타결은 미디어 분야에서는 예상보다 파문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케이블TV에는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는 사실상 전면 개방의 국면을 맞게됐다.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외국인 직접투자는 49%로 제한되나 국내법인 설립을 통한 간접투자의 경우 1백% 허용된다. 케이블TV는 IPTV의 개막과 지상파 중간광고 확대가 더해져 생존을 위한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대통령 선거의 해를 맞아 방송사들의 정책 선거 보도 의지가 남달랐으나 수면에는 극한 정치적 갈등이 도드라졌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시사기획 쌈 등의 이명박 후보 관련 보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MBC 민영화”까지 거론하며 각을 세웠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시선집중’ 주의 결정이 재심 결과 철회되기는 했으나 한나라당의 대응은 ‘언론탄압’이라는 반발을 불렀다.
OBS경인TV가 우여곡절 끝에 개국하게 된 것도 방송계의 화제였다. 2004년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 거부로 정파된 iTV를 전신으로 한 OBS경인TV는 3년 만에 전파를 쏘게 됐다. 오는 28일 오전 11시 첫 방송을 내보낼 OBS경인TV는 지역방송과 민영방송, 지상파방송의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