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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황보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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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비정규직법 시행을 두달 여 앞둔 지난 5월, 뉴코아 강남점의 한 비정규직 계산원이 들려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계약기간이 공란으로 비어 있는가 하면, 지우개로 언제든지 지울 수 있도록 연필로 한 달짜리 계약기간을 써 놓기도 했다. 이른바 ‘0개월 계약’으로 언제든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려 했던 것이다. 비정규직을 해고한 뒤에는 이유 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며 40대 중반의 계산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 때만해도 한겨레의 ‘0개월 계약 해고 예고장’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사태는 좀 더 심각해졌다. 차별 시정 의무를 벗어나려는 이랜드그룹은 외주화를 서둘렀다.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고달픈 투쟁이 시작된 뒤에야, 사회와 언론도 뒤늦게 해법을 찾자고 외쳤다.
그 즈음 한겨레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벌어지고 있는 양상에 대해 더 입체적이고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중계방송식 보도로는 결코 채워지기 어려운 비정규직법의 모순과 부작용, 이로 인해 더 절박해진 차별받는 노동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맥락에서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나타난 중규직의 출현이나 무분별한 외주화의 문제, 대기업 비정규직만도 못한 중소기업 정규직들의 열악한 환경, 정규직노조의 이기주의 등의 문제를 다른 언론에 비해 한발 앞서 심층 보도할 수 있었다.
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에서, 유럽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만한 정책과 관행도 부지런히 담아 왔다.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8부작 시리즈를 마친 뒤, 비정규직법을 만든 당사자들 조차 보완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해법 찾기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정책선거의 손을 놓아버린 대선 후보들은 8백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유권자의 답답함을 달래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랜드·뉴코아노조나 코스콤 비정규직노조,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도 아직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