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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친절했던 경철아! 고맙고 미안하다

박동혁 MBC 보도국 영상취재팀  2007.12.05 16: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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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경철아.
네가 떠나는 길에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식구들 친구들 잘 챙기지도 못하고 밤, 낮으로 서로 얼굴 맞대고 보냈던 4년이라는 시간만이 눈앞에 아른거리네.

기억나지? 2003년 우리 MBC에 합격하고 처음 만났을 때. 넌 다른 일, 다른 회사는 생각해 본적도 없다고. MBC만 네가 일할 곳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그리고 이렇게 왔다고. 우리 그 말 나누면서 사원증에 쓰일 증명사진을 찍었잖아. 근데 그때 경철이 사진이 왜 지금 앞의 틀 안에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지난 시간동안 많은 것들을 함께 했잖아. 수습 때 입에 단내 풍기며 뛰어다니고, 혹 해가 떠있을 때 퇴근이라도 하게 되면 한강 가서 흐르는 강물 바라보며 맥주도 한 잔 하고, 회식 자리에서 선배들 이야기 들으면서 술상 밑으로 손 꼭 잡으면서 격려해주고, 화장실 앞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부둥켜안고 힘내라고 토닥여 주고 그랬잖아. 덤벙대는 기덕이 형 소심한 나 모두 잘 이해해주고 받아 주고 그랬잖아.

경철이는 농담도 참 잘했어. 비록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놀리곤 해도 꿋꿋하게 농담을 했잖아. 그런데 그것 때문에 정신없고 팍팍한 회사 안에서 하루에 한번은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제주도 가서 차가운 곳에 잠들어 있는 널 보면서, 부검실 차가운 테이블 위에 있는 널 보면서, 염하고 입관하는 널 보면서, 공항에서 빈소로 오는 너의 관 옆에서, 사진 속 네 모습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형 진짜로 속았지”라며 웃는 환청이 계속 들려. 진짜 재미없는 농담이라도 좋으니 부디 일어났으면 좋겠어. 진짜 화 안낼게.

우리 많은 시간 같이 했지만 이제야 고백하자면 나는 너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어. 쟤는 저건 왜 저럴까 이건 또 왜 그럴까.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네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착하고, 부지런하고, 모두에게 친절하고,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네가 없는 자리에서도 난 너의 편이 되어 있더라.

우리가 보낸 시간동안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힘들고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 그런데 지난시간들 돌이켜 보니까 그런 기억들은 잘 나지가 않네. 대신 고맙고 미안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이 생각밖에 안나.

지난주에 내 꿈에 네가 나왔었잖아. 그리고 “정말 힘들어 죽겠다고”소리쳤잖아. 근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너한테 무슨 일 있냐고 묻지도 못했어. 계속 귀에서 맴도는데 묻지도 못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지난 연말 망년회 할 때 기덕이 형이랑 다퉜잖아. 기덕이 형이 미안하대. 그리고 네가 힘들다고 했을 때 엄살 부리지 말라고 한 것도 미안하대. 그리고 형 노릇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대.
경철아. 너 산 좋아하고 바다 좋아하고 들 좋아하고 강 좋아했잖아. 지금 내가 이걸 읽고 있다는 것도 믿지 못하겠지만 그냥 보내 줄게. 네가 좋아하던 따뜻한 곳으로 가서 잘살아.
<박동혁 MBC 보도국 영상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