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가 내년 중후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본보 11월 28일자 1400호 보도)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IPTV는 혁신적 서비스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 통신사, 케이블업계 등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IPTV가 도입되면 언론계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케이블사업자들과 IPTV사업자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상 약간의 기술적 차이가 있을 뿐,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의 질적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가구의 약 70∼80%가 가입했다고 알려진 케이블 시장은 결국 콘텐츠의 질과 양, 번들서비스, 가격 경쟁력 등에 따라 주도권을 누가 잡게 될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후발주자로 등장한 IPTV사업자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해 초반부터 공세적 마케팅에 돌입할 태세다. 방송 전체의 약 5배 자본규모로 알려진 통신사업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로 물량공세에 나설 것이며 동시에 콘텐츠 사업자들과 활발한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T와 하나로텔레콤은 2~3년 전부터 영화사, 게임제작사, 음반사 등 콘텐츠 사업자들과 활발한 제휴 및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포털사업자 등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도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상파방송사들은 현재 광고시장을 두고 IPTV를 케이블에 이은 또 다른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사업자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IPTV업계가 나머지 지상파에 수신료를 낼 경우 케이블TV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논의 중인 IPTV 시행령에는 KBS1과 EBS가 의무 재송신토록 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사업자들은 기존 콘텐츠를 팔 수 있어 케이블과 IPTV사업자간 경쟁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케이블업계는 “결국 지상파의 파이만 키워주는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신문·방송 겸영’ 문제도 화두다. 주요 신문사들이 IPTV 진출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주자 중에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밝히는 후보도 있어 주목된다.
다만 신문업계가 아직까지 동영상 콘텐츠가 부족하고 디지털 아카이브 투자가 부족해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룡미디어의 CP(콘텐츠 프로바이더)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IPTV의 ‘보도채널’과 관련해서는 YTN과 MBN의 고민이 크다. 이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행령에 대기업, 외국인, 뉴스통신사 등은 보도 및 종합편성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지상파의 의무재전송의 여부와 신문·방송 겸영 문제 등의 변수가 있어 향후 TF팀을 마련하는 등의 내부 방침을 세우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더욱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IPTV의 통신.방송의 컨버전스처럼 다이버전스(divergence)도 수반된다는 것이다.
통합서비스화되던 MP3플레이어, DMB, 카메라, 핸드폰 등이 다시 플랫폼에 맞게 분화·개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랫폼의 진화가 ‘유비쿼터스 라이프’를 완성, 홈 네트워크 시장의 새로운 영역이 팽창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박사는 “실험적 콘텐츠들이 생성되면 현재 정체현상을 보이는 ‘한류’가 다시 활성화 될 수 있다”며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함은 물론, 이를 통해 자동차·반도체 등 수출에도 도움을 주는 등 큰 부가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가 공세적 마케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비판적인 전망도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수익구조만을 생각해 현 케이블TV 수준의 콘텐츠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거대 통신업자의 등장으로 공룡미디어가 잠식하거나 다른 시장을 파괴하는 형태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면서 “긍정적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도록 규제안 등을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