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뒷걸음질 친 선거방송토론회 재점검 필요

이명박 후보 참석 기피…토론 횟수도 급감

장우성 기자  2007.12.05 14:44:59

기사프린트

선거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던 선거 방송 토론회가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후보들의 출연 거부, 선거 정국의 혼돈, 후보 난립에 따른 비효율적인 토론 진행 등이 선거방송 토론의 원활한 정착을 가로 막았다는 분석이다.

KBS, MBC가 함께 주최하기로 했던 ‘빅3’ 토론회는 이명박 후보가 참가에 난색을 보이고 권영길·문국현 후보가 초청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낸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KBS가 예정했던 이명박 후보 초청 토론회는 후보의 출연 거부로 무산됐다. 29일 열린 MBC ‘100분 토론’ 7명 후보 토론회는 이명박 후보가 불참해 반쪽이 됐다.

빅3 토론회를 추진했던 방송사 측에서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반발하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방송사 자율 주최 선거 토론회는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소후보들에게는 방송, 라디오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회를 제공했다”며 “밀도있는 토론으로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에 법이 찬물을 끼얹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 시청률이 10% 이상 나오는 토론회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후보의 불참으로 토론회가 파행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낙선운동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토론회 횟수의 절대량도 줄어들었다. 2002년 대선의 경우 지상파 3사 방송사가 모두 1백45차례의 선거 관련 토론회·대담 프로그램을 내보냈으나 이번에는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은 각 정당 경선 일정이 늦어지고 후보 등록 직전까지도 후보군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등 선거 토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4차례의 토론회가 남아있으나 사실상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는 이것이 마지막이다. 선관위 주최의 토론회는 7명 후보로 3차례, 군소후보들을 대상으로 1차례 등 6일, 11일, 13일, 14일에 열린다.

1백20분 방송시간에 다수의 후보가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소후보들에게도 평등한 기회를 줘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것인가,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선거방송토론회에 참여하는 후보자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대 송종길 교수(다중매체영상학부)는 “현행 규정은 군소정당 후보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기준을 너무 낮게 잡은 감이 있다”며 “효과적인 토론을 위해 메이저 후보와 나머지 후보를 나눠 토론회를 열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규정에 따르면 △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직전 대통령선거,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시·도의원선거 또는 비례대표자치구·시·군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백분의 3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언론기관이 선거기간개시일전 30일부터 선거 기간개시일 전일까지의 사이에 실시하여 공표한 여론조사결과를 평균한 지지율이 1백분의 5이상인 후보자를 초청하도록 돼있다.

군소후보들에게도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되, 법적으로 규정된 토론회의 절대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선거법상으로는 3차례 이상 개최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신삼수 정책실장은 “법적으로 규정된 후보 토론회의 횟수를 더욱 늘려야 한다”며 “토론회의 주제나 형식을 다양화하면 참여자 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법적으로 선거 후보 토론회를 규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토론회는 언론사나 민간기구 주최로 자율적으로 열린다. 양당제가 자리잡은 미국이나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는 주요 후보와 군소 후보를 나눠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방송토론에서 나타난 문제를 재점검해 총선, 지방선거, 대선 등 다가올 선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