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KBS 2TV의 민영화론이 나오면서 국내 지상파 방송의 ‘다(多)공영 체제’가 논쟁이 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규제개혁 종합연구 보고서’를 지난달 17일 정부에 제출했다. 한경연은 MBC, KBS 2TV 민영화를 주장하면서 “현재 지상파 업계가 4공영(KBS1·2, MBC, EBS) 1민영(SBS) 체제로 공영방송사가 지나치게 많다”며 ‘다공영체제’를 문제삼았다.
한경연은 이 보고서에서 “지상파방송이 공영방송의 틀에 갇혀 있는 한 국내 방송산업의 발전과 국제경쟁력은 앞으로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KBS-1TV나 교육방송을 뺀 대부분의 공영방송사가 공영적 소유구조를 갖고 있지만 광고를 재원으로 하다보니 치열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공익적 프로그램 제공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현재의 공영방송체제는 민영방송체제로 개편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측은 아리랑 TV까지 합치면 우리 공영방송은 5개에 이르며 내부구조는 민영과 다름없을 정도로 매우 기형적이라며 MBC의 민영화와 EBS, 아리랑TV를 KBS로 묶는 등 국·공영TV의 통합 정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사실상 민영으로 운영되면서 공영성과 효율성·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다공영체제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민영화하자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민영화를 하면 공영성이 더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 민영방송이 점점 늘어나면서 저소득계층이 돈 안내고 볼 수 있는 지상파의 공영성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상파 방송의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민영TV를 더 허가하는 것과 있던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86년 TF1을 민영화했다가 선정성만 심해져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가 그 예다.
민영방송이 경영 효율성이 높다는 것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효율성이 나아지더라고 수익은 결국 자본에 돌아가기 때문에 국민에게는 큰 차이가 없다는 풀이다. 오히려 시청률 경쟁에 더 매달리게 돼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진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의 지상파 다공영 체제가 가진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21일 열린 대선 미디어정책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상파 다공영체제는 민영방송인 SBS의 수준도 높이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다”며 “다공영체제를 비효율적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보다는 공과 과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