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필두로 정치권의 언론 보도 대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당한 비판 보도를 꼬투리 잡아 언론사를 항의 방문하는가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거액의 소송을 걸어 대선후보 검증 시도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도 있다.
임박한 대선 국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이끌어내고, 최소한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한 의도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권의 언론사 항의 방문은 대선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집중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명박 대선 후보가 BBK 사기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반응이 거칠다.
한나라당의 이런 신종 언론탄압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BBK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직후 이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을 MBC 노조가 23일 폭로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MBC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방송된 직후인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이 ‘집권하면 MBC를 민영화하키겠다’는 협박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박과 탄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22일 저녁 생방송 예정이던 ‘100분 토론’ 참여를 거부해 방송을 취소시킨데 이어 다음날인 23일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등 국회의원 13명을 MBC 본사로 보내 항의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항의 성명과 규탄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대선미디어연대(집행위원장 권미혁)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권자들의 검증 요구를 외면한 채 정치적 야욕을 위해 언론에 대한 외압을 행사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겐 제1야당과 대선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도 23일 성명을 내어 “소송도 모자라 이들 언론사 앞에서 시위를 벌여 업무를 방해하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이 몰려다니며 압력을 넣고 있다”면서 “이명박 후보는 자신을 검증하는 보도가 싫으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21일 한겨레와 내일신문을 찾아 BBK 관련 보도를 비판하며 항의했다. 항의 방문은 한나라당뿐만 아니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도 가세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원들은 19일 MBC 최문순 사장과 KBS 이원군 부사장을 차례로 만나 “최근 방송 보도가 김경준 사건을 축소하거나 단순히 여야간 공방으로 다뤘다”며 항의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측도 22일 민노당 기사를 문제 삼아 한겨레를 항의 방문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정치집단들이 언론사를 방문해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넣는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며 “특히 집권가능성이 있는 정당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여차하면 손보겠다는 협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