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BK 주가조작’ 사건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을 계기로 신문과 방송이 BBK 사건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지난 16일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면서 본격화된 BBK 관련 기사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김씨의 회계장부를 보내왔다는 소식에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신문은 이번 사건의 본질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연루 의혹보다는 김씨 개인의 비리로 몰고 가거나 정치권 공방에 치중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에 주목하면서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나타냈다. 심지어 수사발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도도 내보냈다.
김씨 송환 당일인 지난 16일 신문들은 관련 사실을 보도하며 대선의 마지막 변수인 BBK 사건에 주목했다. 이 중 서울신문과 내일신문의 보도가 눈에 띄었다. 서울은 이날 1면 머리기사로 ‘‘김의 전쟁’ 시작됐다’에 이어 2·3면에 관련기사를 배치했다. 내일도 이날 ‘‘대선 뇌관’ 김경준 오늘 도착’이라는 기사에서 “김경준씨 송환으로 이명박 후보 측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한 뒤 2·3·20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김씨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다음날인 17일 모든 신문들은 김씨의 사진과 함께 상당수 지면을 BBK 주가조작사건에 할애했다. 한겨레 ‘김경준 귀국…‘대선 뇌관’ 본격수사’, 경향신문 ‘대선판 ‘진실게임’ 본격돌입’, 동아일보 ‘후보등록 9일 앞두고…BBK 귀국/김경준 “일부러 이때 온 게 아니다”’, 세계일보 ‘BBK 격랑 속으로’, 중앙일보 ‘‘대선 뇌관’ 그가 돌아왔다’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달았다.
대선을 30일 앞둔 지난 19일 신문들은 김씨의 구속수감 사실을 전하며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이때부터 신문 보도는 검찰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19일자 1면 ‘영장실질심사 돌연 포기, 김경준씨 구속수감’에서 “김씨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3면 머리기사 ‘18개월간 22회 걸쳐 회사돈 빼돌려/김씨, 위조전력…자료 진위 확인 우선’이라는 기사를 통해 김씨의 사기 행각 부각에 주력했다.
일부 신문은 사설을 통해 김씨 사건의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 ‘김경준 밖에 안보이는 대선 D-30일’에서 “지금 대선판에는 384억원을 횡령한 BBK 의혹사건 주범 김경준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중앙일보도 ‘난장판 대선, 이성이 돌아와야 한다’는 사설에서 “정책대결, 폭력은 실종되고 김경준과 BBK라는 비수만 날아다닌다”고 밝혔다.
이런 경향은 급기야 20일 들어 조선일보의 경우처럼 검찰 수사 포기를 사실상 요구하는 보도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조선일보는 20일자 1면 머리기사 ‘검찰 ‘BBK 수사’ 법이냐 정치냐’에서 “대선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BBK 검찰수사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지 않겠는냐”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엔 너무 버거운 사안이며,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 정치권과 검찰에 정통한 사람들의 견해다”면서 검찰의 수사 포기를 사실상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3면 ‘미묘한 시기…민감한 사안 ‘말년 총장의 고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7일 퇴임하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퇴임 전에 BBK 수사 결과를 발표할지 촉각”이라며 수사에 대한 검찰의 부담감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