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의 삼성 비자금 보도는 신문에 비해서는 무게가 실렸으나 초기 보도가 지나치게 신중했으며, 이면을 추적하는 심층 보도는 부족한 반면 단순 사실을 중계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첫 번째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달 29일부터 16일까지 KBS, MBC, SBS 저녁 종합뉴스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
3사는 2차, 3차 기자회견이 거듭되자 관련 보도 수를 늘리고 주요뉴스로 배치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열린 5일 KBS는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SBS는 1~3번째 꼭지까지 할당했다. SBS는 이튿날도 4개 꼭지를 할애해 관련 사건을 다뤘다.
3차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12일부터 회견 다음날까지 사흘 동안 3사는 주요뉴스로 삼성 비자금 소식을 전했다. KBS는 12일 1~6번째, 13일 1~6번째, 14일 1~3번째 꼭지로 보도를 내보냈다. MBC는 1~6번째(12일), 1~5번째(13일), 1~4번째(14일) 꼭지로 비중있게 다뤘다. SBS 역시 1~3번째(12일) 1~6번째(13일), 1~2번째(14일) 꼭지로 다뤘다.
SBS는 조사한 기간 동안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를 모두 5차례 첫 번째 뉴스로 방송했다. KBS는 4차례, MBC는 3차례였다.
전체 꼭지수로 보면 MBC가 40개로 가장 많았으며, KBS 39개, SBS 32개로 나타났다.
방송 시간에서는 KBS가 73분33초(총 뉴스 방송 시간 1천60분), MBC 67분42초(8백90분), SBS 54분1초(8백55분)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건 초기 3사의 보도는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제단의 1차 기자회견이 열린 29일 KBS는 6번째, MBC는 16번째, SBS는 12번째 꼭지로 단순 사실만 전달했다. 사제단·김용철 변호사와 삼성의 반박을 같은 비중으로 배치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3사의 보도는 2일 KBS의 추미애 전 의원 인터뷰가 나간 이후 꼭지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5일 2차 기자회견 때부터 주요뉴스로 취급됐으며 삼성에 비판적인 여론도 무게있게 다뤘다.
방송이 주요 신문에 비해서 비자금 문제를 비중있게 보도한 것은 사실이나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 신정아씨 사건 등과 비교해 적극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S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매우 중대한 사안인데 이전 비슷한 사건 보도와 형평성에서 볼 때 열의가 떨어지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삼성 관련 보도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하지는 않았으나 이전 사건들에 비해 초기 대응이 미흡했고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회창씨 출마 선언, BBK 의혹, 대선 관련 보도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았던 것도 이 사건에 집중을 어렵게 했다는 반론도 있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상부에서 계속 삼성 비자금 관련 아이템을 요구받고 있어 적극성이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며 “오히려 금융실명제법 등 현실적인 취재 장벽이 많아 ‘팩트’가 잘 발굴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MBC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삼성 비자금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다만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외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애로”고 말했다.
단순 사실 중계에 그쳤을 뿐 심층적인 보도가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3사가 삼성 비자금 보도를 첫 뉴스로 내보내는 등 주목을 끌기는 했으나 대부분 사실 전달 수준에 그치는 등 심층·배경 보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시간 등 방송 뉴스의 한계가 있다면 관련 시사보도프로그램 등과의 연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KBS는 14일 추적60분에서 김용철 변호사를 단독 인터뷰한 ‘두번째, 고백 그들의 이름을 공개한 이유는’을 방송했다. 17일 ‘미디어포커스’에서는 ‘삼성 그리고 중앙일보, 재벌과 언론 사이’를 다뤄 일부 언론과 삼성의 공생관계 의혹을 제기했다. MBC는 PD수첩(6일), 뉴스후(3, 10일),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9일) 시사매거진 2580(18일) 등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을 보도했다.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종합뉴스에서 별도로 취재할 여력이 없다면 시사프로에서 제작한 내용을 예고하거나 다시 보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눈에 띄는 보도도 일부 있었다. KBS는 2일 9번째 뉴스로 추미애 전 의원의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삼성의 로비자금을 거절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4일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에 낸 고백서를 처음 입수해 보도했으며, 같은 날에는 김 변호사의 인터뷰를 3사 가운데 제일 먼저 내보냈다.
MBC는 다른 방송사들이 보도에 주춤했던 지난달 30일 15번째 보도로 ‘삼성 비자금 의혹 투성이’를 내보내 삼성의 해명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16일에는 삼성에 차명계좌를 개설해준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MBC는 일요일인 11일을 제외하고는 이 기간 동안 매일 삼성 비자금 관련 뉴스를 다뤘다.
SBS는 3일 삼성 비자금 의혹 철저 규명을 촉구하는 서울대 조국 교수(법학과)의 TV칼럼을 방송했다. 제진홍 제일모직 전 사장 등 삼성 간부들이 김용철 변호사를 고소한 건을 보도하면서 ‘삼성 김용철 변호사 고소, 석연찮은 해명’ 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경제 5단체가 삼성 특검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자 ‘삼성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전했다. 장우성, 곽선미 기자